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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총괄디렉터서 커피 CEO로…일리카페로 전하는 ‘이탈리아 향기’ [이코노 인터뷰]

90년 전통의 글로벌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ILLY)
한국쓰리엠에 30년 몸담았던 신봉환 사장, 2018년 취임
홈카페 문화 확산에 일상 속 이탈리아 커피 안착 목표

신봉환 일리카페 코리아 총괄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리브 해피일리 인 서울’(LIVE HAPPILLY IN SEOUL).

90년 전통의 글로벌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ILLY)가 지난달 연 브랜드 전시회명에는 일리카페의 마케팅 철학이 담겼다. ‘최상의 커피를 통해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피’(HAPPY)와 ‘일리’(ILLY)를 조합했다. 

일리카페 코리아가 강남 한복판에서 브랜드 전시회를 연 배경엔 ‘프리미엄 커피’ 열풍이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폴바셋 등 미국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이 즐비한 한국 도심에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일리카페의 모습도 전보다 훨씬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프리미엄 이탈리아 커피를 국내에 대중화시킨 데에는 지난 2018년 취임한 신봉환 일리카페 코리아 총괄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전언이다.

‘포스트잇·스카치 테이프’ 다루다 ‘커피’에 매력

한국쓰리엠에서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며 총괄디렉터까지 지내던 신 사장은 5년 전 정년퇴임을 한 뒤 일리카페 코리아 총괄 사장 자리에 앉았다. [사진 신인섭 기자]
신 사장은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를 생산하는 한국쓰리엠(3M)에서 33년 동안 일했다. 한국쓰리엠에서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며 총괄디렉터까지 지낸 신 사장은 5년 전 정년퇴임을 한 뒤 일리카페 코리아 총괄 사장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일리에 오기 전에 커피에 관심이 많진 않았어요. 하지만 한국쓰리엠에서 오래 근무하며 주로 산업재를 다뤘었던 저에게, 누구나 즐겨 찾는 커피라는 소비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전형적인 소비 제품인 커피를 마케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죠.”

일리는 1933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3대 글로벌 커피 브랜드로 현재 전 세계 140여 개 국가에서 매일 800만잔 이상 소비되고 있다.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커피머신과 캡슐 커피로 유명하다. 커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80년 전에도 카페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있었지만, 일리가 개발한 가정용 머신은 근대형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일리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해요. 일리카페는 이탈리아에서 커피업계 ‘빅2’ 중 하나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디에서든 접할 수 있는 국민 브랜드죠. 일리가 커피머신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상업화는 처음 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어요.”

일리의 기본 철학은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해 커피 본연의 풍미와 맛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일리카페는 아라비카 품종 하나만, 그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원두만 쓰고 있다. 산지별로 과테말라,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9가지 종류가 있다.
 
일리카페 코리아는 지난해 카페 매출을 제외하고 커피머신과 캡슐커피 판매로 지난해 6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일리카페 코리아의 한국 파트너사는 큐로홀딩스의 자회사인 큐로에프앤비로, 지난 2007년부터 일리카페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는 카페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커피머신과 캡슐커피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일리카페 코리아는 지난해 카페 매출을 제외하고 커피머신과 캡슐커피 판매로 지난해 6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팬데믹을 겪으며 3년 사이 캡슐커피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하며 ‘홈카페 문화’가 확산한 덕이다. 

“팬데믹 때와 비교했을 때 홈카페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긴 했어요. 하지만 현재 모든 분야에서 ‘개인화’가 나타나고 있듯이 커피업계에서도 개인화가 중요한 키워드가 됐어요. 맛에 민감하고,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죠. 그래서 집에서 개인의 용도와 취향에 맞는 커피머신에, 입맛에 맞는 품종의 원두와 산지까지 골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홈카페 문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봐요.” 

우리나라에서 1인 평균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프랑스 551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임에도 커피시장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커피 전문점 수도 1834개로, 압도적인 세계 1위로 2위인 일본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일리카페 본사에서 사실 처음엔 한국 시장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어요. 유럽에서는 과거부터 커피를 집에서도 많이 마셨지만, 한국에선 주로 고급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마시곤 했었죠. 하지만 국내 커피시장은 언젠가부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커피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이 돼버렸어요. 한국이 일리카페를 포함한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격전장이 되고 있어 본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는 시장이 됐죠.”

‘친환경’ 포드형 캡슐 출시 예정…“프리미엄 브랜드 지향”

일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캡슐커피 판매는 이어가되 올해 하반기에 티백 형태의 포드를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 신인섭 기자]
커피 소비가 큰 만큼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캡슐커피 판매는 이어가되 올해 하반기에 티백 형태의 포드를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고, 특히 커피업계에선 플라스틱 사용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받으면서 과거에 캡슐커피 개발 전에 사용됐던 티백 형태의 포드 제품을 재출시할 예정이에요. 포드형은 1930년대에 일리가 최초로 특허를 받은 제품 형태로, 유럽에선 아직도 초창기 모양인 포드형이 통용되고 있어요.” 

일리는 그간 호텔·대형 레스토랑 등에 커피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했었다. 그러던 중 2019년부터 캡슐커피와 커피 원두 등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리면서 소비자간거래(B2C)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아메리카노 등 미국 커피 문화에 익숙한 한국 시장에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대중화시키겠단 목표다. 

“일리카페 코리아의 목표는 ‘프리미엄 커피를 지향하되, 소비자들 곁에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자’는 것이에요.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은 커피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리카페 코리아와 일리카페 글로벌의 공통된 목표에요. 이를 위해 본사와 협의를 통해 캡슐커피 등 제품 소비자가를 40% 내렸었고, 지금은 50%도 안 되는 가격에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이렇게 부담 없는 가격에 프리미엄 일리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대중에게 다가가는 브랜드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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