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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조례시행, ‘꾸준한 주택공급’ 효과 낼 것”[이코노 인터뷰]

[재개발·재건축 大漁 온다]④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서울시 정책, 수변개발 위한 ‘핀셋 규제완화’에 초점
대상 재건축·재개발 조합, 속도·분담금 수혜 기대

지난 5일 서울시 변경 조례 시행에 대한 인터뷰를 위해 KG타워를 방문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부동산 전문가가 난립하는 요즘, 주택정책의 목표와 현실을 두루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측면에서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갖춘 몇 안 되는 전문가에 속한다. 그가 ‘서울시 주택시장 전문가 자문위원’을 비롯해 지자체 건축·경관 위원직을 다수 맡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역량이 작용했다.

지난 7월부터 개정된 서울시 조례가 시행되면서 도시정비시장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은형 연구위원이 이번에 시행된 조례를 통한 서울시의 정책목표와 조례 시행에 따른 시장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Q. 지난달 개정 조례 시행으로 인해 조합방식 정비사업도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졌다. 서울시가 기대하는 이번 조례 시행의 효과는 무엇일까?
A. 지금 서울시는 시공사 선정시점을 더 앞당김으로써,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반적인 속도를 빠르게 하려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역시 핵심 내용은 사업기간 단축이다. 또 다른 신통기획의 강점은 공공이 사업진행 초기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서울시 여건에 적합한 최종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례는 사업기간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서 시공사 선정시점을 앞당겼다고 보면 된다. 종전 조례 하에서 조합이 도시정비사업을 하려면,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관공서에서 필요한 인허가를 다 받은 뒤 시공사 선정을 하라는 식이었다. 이 인허가를 받는 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전반적인 사업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사업은 더 늘어지고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불어나는 구조다.

정비사업에서 전문가는 조합이 아닌 시공사다. 국내 시공사들은 설계와 시공에서 모든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수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 시공사가 빨리 선정되면 자금조달을 통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최종 성과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브랜드 아파트를 내놓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지가 현재 조합들에겐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면 조합 내부에서도 사업 추진을 위한 동력이 생긴다.

Q. 그렇다면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 중 가장 수혜를 볼만한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A. 원칙적으로는 지금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이 만들어졌거나 만들려는 곳이 모두 해당된다. 그리고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면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초기 과정이 기존보다 대폭 빨라진다. 그러면 이번 조례 시행이 신속통합기획 참여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비사업 수혜를 볼만한 곳은 경제력을 갖춘 곳이면서 사업비 충당도 가능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사비가 높아진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는 침체에 들어섰다. 이에 미분양 가능성이 없으면서 높은 공급가격에 분양이 가능하고, 높은 분담금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 조합만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혜지역으로는 재건축의 경우 압구정, 여의도 등이, 재개발은 한남뉴타운이 될 것 같다. 

Q. 오세훈 시장이 전 임기시절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했던 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번 조례 시행과 서울시의 도시계획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는가?
A. 서울시장 임기는 도시를 재정비하거나 도시의 미래상을 새롭게 세우기엔 너무 짧다. 때문에 현재 서울시가 내놓고 있는 도시계획은 오 시장 전 임기 당시 플랜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과거 계획을 바탕으로 보면 과거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는 서울시 전 지역에 대해 층고제한을 풀고 스카이라인을 바꾸려 한 목적에서 나온 플랜이 아니었다. 

실제 개념은 도보 접근성이 높고 개발할 만한 곳 일부를 거점지역으로 정해 대중이 모일 수 있도록 개발하자는 것이다. 당시 규제완화는 이 거점지역 일대 아파트에 한해 토지를 기부채납 받고 그 반대급부로 재건축 시 단지 고급화를 위해 층수 제한을 풀어준다는 취지였다. 기부채납 부지는 기존 한강공원과 연계해 대중이 이용할 만한 여건을 갖춘 장소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현재 서울시는 수변 개념을 한강 중심에서 지류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주거지에서 인접한 하천을 한강보다 더 자주 방문하는 서울시민도 많다. 이에 동네 하천을 비슷한 방식으로 부흥시키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에도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용적률, 층수규제를 모두 풀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5일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향후 서울 정비사업 전망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이번 조례 시행에 따라 주택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각각 어떤 영향이 미칠까?
A. 주택공급은 호황기에 갑자기 늘고 불황기에 갑자기 감소하는 형태가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공급이 급감해 문제가 되리란 우려가 많다. 그렇지만 실수요자들을 위해 주택은 시간을 두고 꾸준히 지어 공급하는 게 맞다. 그런 맥락에서는 이번 조치가 맞는 방향이다. 시 의도대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기간을 당기면 불황기에도 이른 시기에 분양을 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 입장에선 서울시 핵심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빨리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사업 초기에는 자사 자본이 크게 묶이지 않고 공사비도 착공 시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되므로 리스크가 크지 않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첫 사업 수주를 한 시공사는 일명 ‘선점 우위 효과(First Mover Advantage)’에 따라 주변 다른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조례 시행 후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Q. 재건축, 재개발 사업 촉진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A. 단순히 주택가격 상승을 우려해 노후·낙후지역 재정비를 막는다면, 그것이 누적되면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개발하면 가격이 오르는데, 미래에 개발하면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집값 때문에 개발을 눌러버리면 지금처럼 노후 아파트는 쌓여있는데 새 아파트는 공급이 안돼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주거지역은 집값만이 아니라 거주민의 정주환경이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크다. 또 이 같은 특성은 공공성과도 연관된다. 

다만 일부 재개발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위험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박원순 전 시장 임기동안 도시재생은 지나치게 개발을 배제한 한편,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는 서민 정책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원래 도시재생은 재건축, 재개발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너무 개발만능 또는 개발배제 등 한쪽으로 정책방향이 기울면 좋지 못하다. 시기적으로 꾸준히 필요한 곳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이 원래 개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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