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방향키 쥔 류진 회장… 과거 영광 되찾을까
[전경련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①
류진 회장 체제 출범 초읽기…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
‘고문’ 잔류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정경유착 불식시키지 못하는 분위기”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달 22일 임시총회를 거쳐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발한다. 재계 안팎에선 한경협으로 재탄생하는 전경련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섞이고 있다.
한편에선 “한경협 회장에 내정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 체제에서 과거의 위상을 점차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고문으로 남고 관료 출신이 상근 부회장으로 합류하는 등 사실상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의미 있는 쇄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전경련 측은 상근 부회장 선임 등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1961년 ‘初心으로’
재계 등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7월 24일 회원사 약 420곳에 ‘2023년도 임시총회 개최 안내 공문’을 보내 전경련 명칭 변경 등의 임시총회 안건을 알렸다. 전경련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이달 22일 여는 임시총회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임시총회 안건에는 한경협 회장 선출도 포함된다. 전경련은 임시총회 개최 안내 공문을 보내기 전에 4대 그룹(삼성그룹·SK그룹·현대자동차그룹·LG그룹)에 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지난 7일 차기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추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진 회장 체제의 한경협을 공식화한 것이다.
1961년 전경련이 최초로 설립될 당시의 명칭은 ‘한국경제인협회‘다. 초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를 비롯해 초창기 회장단의 의지로 ‘경제인’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회장단은 ‘나라를 올바르게 하고 백성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내걸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단순 이름을 변경하는 수준이 아니라,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며 “현재 상황에서 전경련의 쇄신에 관해 평가하긴 어렵지만, 쇄신 의지를 적극 알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의 전경련은 대외적으로 쇄신 방안을 적극 내놨다.
가장 대표적으로 추진된 것이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격인 ‘갓생(God生) 한끼’다. 이 행사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대상으로 국내 주요 그룹 회장과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인데, 참가자가 3개월 내로 재능기부를 실천하면 점심값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 진행된 첫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6월에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이 ‘드림 멘토’로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전경련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발판 삼아 쇄신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문으로 남는 김병준…또 정경유착?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질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전경련이 이달 22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상근 고문으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다룰 것으로 전해지면서 적잖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역사상 처음으로 정계 출신인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는데, 다시 사상 처음으로 회장 직무대행이 고문으로 남게 되는 것”이라며 “과거 국정농단에 휘말려 위기를 맞은 전경련이 김 회장 직무대행을 고문으로 선임하면서 정경유착 문제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지낸 김 회장 직무대행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 등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지난 2월 선출된 김 회장 직무대행은 “스스로 정치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김 회장 직무대행 선임을 두고 “정계 출신 인사가 전경련 회장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류진 회장 체제의 한경협이 전직 고위 관료를 상근 부회장으로 합류시킬 것이란 얘기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류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 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온 류 회장은 한미 재계 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전경련 내에서 무게감 있는 인사다. 방위 사업을 영위하는 풍산그룹을 이끌면서 미국 측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적임자”란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이 전경련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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