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폭염 대비 부실'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 원인으로 당초 배정된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최 측은 1100억원대 예산 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은 1170여억원이다. 국비 302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잡혔다.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터널 등 기반 시설 조성에는 235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대집회장 조성과 행사 무대 설치에 30억원, 교육장 조성에 36억4000만원이 투입됐다.

다만 폭염 대비에 중요한 단위대 그늘막에 사용된 예산은 5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화장실·샤워장 등 대원들 불만이 많았던 야영장 시설 조성에도 129억원을 쓰는데 그쳤다. 현재 잼버리 관련 논란은 대부분 시설 인프라 부족 문제다. 애초에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지난 8년간 99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잼버리)예산에 빨대를 꽂아 부당이득을 챙긴 세력은 없었는지 그 전말을 소상히 파악하도록 해, 이런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도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관계기관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이번 세계대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고,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등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수십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한 언론매체는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이 등록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결정된 2015년 9월 22일 이후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전북(55회), 부안군(25회), 새만금개발청(12회), 여성가족부(5회), 농림축산식품부(2회) 등 5곳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살펴보면 '외유성 출장'에 가까운 일정들이 다수 포함돼있거나, 잼버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일정도 많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전북 공무원 5명은 2018년 5월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6박 8일간 방문했지만 잼버리 관련 일정은 이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이 영국과 런던,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떠난 출장은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 축제 연구'인데 출장 일정은 영국 버킹엄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 축제, 몽생미셸 수도 방문 등 관광 코스로 가득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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