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도와드릴 수 있는 일 돕겠다”…SK발 4대 그룹 전경련 복귀설
[전경련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②
고심하는 4대 그룹…류진 차기 회장, 마음 돌릴까
삼성 준법위에 쏠린 눈…“신중한 검토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국내 대표 경제단체 위상을 실추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달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발하는 등 자체 혁신에 나선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초대 회장으로 추대, 류진 회장 체제를 통해 재도약을 꾀하는 분위기다. 관건은 4대 그룹(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의 복귀다. 4대 그룹이 회원사로 돌아오지 않는 한, 전경련 역시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은 긍정적인데, 4대 그룹 복귀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삼성전자가 신중한 입장인 점은 부담이다.
신중한 삼성…돕겠다는 SK
재계 등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7월 4대 그룹에 ‘한국경제인협회 동참 요청 서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고 회원사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공문에서 전경련은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고 밝혔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 자격은 유지했다. 전경련이 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한경협으로 출범하는 만큼, 한경협에서 회원사 지위가 이어진다는 게 전경련 측의 논리다. 전경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새로운 경영 환경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환골탈태하기 위한 혁신안을 추진하겠다”고 호소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등 혁신을 꾀해 4대 그룹에 걸맞은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4대 그룹 중에 전경련 회원사 복귀 가능성이 높은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12일에 전경련 쇄신과 관련해 “잘 되기를 기대하고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전경련이) 잘 되는 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지원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경련이 새롭게 잘 이끌어져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전경련 복귀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복귀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전경련 회장단으로 10여년을 있었고 거기를 훨씬 더 잘 아는 사람으로서 잘 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로 되는 관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모 아니면 도’…삼성 복귀 여부가 ‘관건’
SK그룹과 비교하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은 다소 신중하게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시선은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에 쏠린다. 재계 안팎에선 “그간 4대 그룹의 행보를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4대 그룹 복귀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행적을 보면, 4대 그룹 중 일부 그룹만 전경련에 복귀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4대 그룹이 전경련 복귀와 관련해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삼성그룹이 전경련에 복귀하는 것이 4대 그룹 복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전경련 복귀를 위해 이사회뿐만 아니라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동의도 거쳐야 한다. 준법위는 삼성그룹의 독립 준법 감시 기구인데, 준법위 권고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려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통상 삼성그룹의 의사 결정은 준법위와 이사회가 모두 동의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준법위 정례회의는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열리는데, 이달엔 광복절 휴일이라 일주일 뒤인 22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전경련 임시총회 개최일에 정례회의를 갖는 것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준법위는 22일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 전경련 복귀 여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삼성그룹은 전경련 복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분위기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취재진과 만나 전경련 복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이 과거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폐해가 있었다”며 “삼성이 재가입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제119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 정치권력이나 전경련 스스로 발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안팎에선 “국내외 정·재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류진 회장이 4대 그룹의 복귀를 위해 이들 그룹 총수를 직접 설득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류진 회장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류진 회장 체제에서 4대 그룹이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는 사실상 정설이라, 복귀 시점과 방식 등에 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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