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롯쿠’, 빅블러 경쟁 시대...‘멤버십·럭셔리·딜리버리’ 전쟁 불 붙는다
쿠팡이 쏘아올린 ‘이마롯쿠’ 고객 유치 경쟁 치열
온·오프라인 통합한 멤버십 강화, 명품 판매 등 주력
유통가 온·오프라인 경계 희미...‘빅블러’ 시대 가속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쿠팡이 올 2분기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유통 3사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의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 서비스를 탑재한 쿠팡이 화장품 명품을 파는 ‘로켓럭셔리’를 론칭하고, 경쟁 유통사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멤버십 강화는 물론, 명품 판매를 확대하거나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멤버십, 객단가와 고객층을 다변화하는 명품판매, 그리고 익일·당일배송 강화 등 3가지 요인을 하반기 경쟁구도를 압축하는 키워드로 보고 있다. ‘빅블러’는 디지털 중심으로 경제와 산업이 재편되면서 ‘업’(業)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빅블러’ 시대 가속화...‘절대 강자’ 없는 시장 선점 위한 경쟁 치열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은 대형마트(1.8%), 백화점(0.9%), 편의점(9.5%), 온라인 유통(6.7%) 등 10%에 미치지 못했다.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1% 늘어난 7조674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도 1940억원(1억4764만달러)을 내면서 올 들어 2분기 연속 흑자이자,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이 전체 유통시장 통틀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IBK투자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이마트 매출(7조3552억원)과 신세계백화점(1조6914억원) 등 이마트·신세계 매출을 합쳐 9조원대로 추정하고 있고, 롯데쇼핑은 약 3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2분기 매출 성장폭은 소폭 오름세에 그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우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멤버십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쿠팡은 1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와우 멤버십과 연동한 쿠팡이츠 5~10% 할인 정책이 고객을 늘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선보인 지역에서 이츠를 쓰는 와우 회원이 80% 늘고, 지출액도 20%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활성 고객 수(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산 고객)가 2000만명에 근접한 1971만명으로 늘게 됐다.
이에 신세계·이마트도 최근 온·오프라인 계열사 6곳을 연결한 통합 멤버십 출범 50일을 맞아 회원들이 평균 3곳에서 쇼핑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객단가는 비회원 대비 67% 높았다고 밝혔다. 오는 13일까지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 이용권을 50% 할인해 주겠다고 나섰다. 롯데홈쇼핑도 유료 멤버십 ‘엘클럽’(L.Club)에 제공하는 혜택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했다. 연회비 3만원에 롯데호텔·롯데렌탈 이용 시 각각 20%, 70% 할인해 주면서 영화 할인 쿠폰을 제공할 방침이다.
명품 판매 확대하는 유통3사…”점유율 5%의 벽을 넘어라”
멤버십을 핵심 축으로 삼은 유통 3사는 기존의 생필품·식품 중심의 유통 카테고리를 객단가가 높은 명품으로 확대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부터 ‘100% 정품’을 표방하며 명품 화장품을 로켓배송해주는 ‘로켓럭셔리’를 론칭했다.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등 백화점 브랜드를 직매입해 전국에 로켓배송 서비스 백화점 점포들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쿠팡을 통한 화장품 명품 제품은 제주도 등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구매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쿠팡 측은 “바쁜 일상에서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럭셔리 쇼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고객 대상으로 뷰티 상품 체험단을 꾸려 운영을 확대했다.
백화점을 보유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기존 오프라인에 채널을 탈피하고, 온라인 채널로 명품 판매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 1분기 신세계와 롯데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7%, 7.85%로 20~30%대 성장률을 구가하던 지난해와 비교해 둔화하면서 온라인 자체 계열사를 통해 명품 시장 사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SSG닷컴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 ‘피아제’의 신제품을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고, 지난 5월부턴 자회사 신세계라이브쇼핑에 ‘신세계백화점관’을 오픈해 70만개 상품을 팔고 있다. 롯데온의 명품 버티컬 ‘온앤더럭셔리’는 50만개 명품을 선보이며 지난 6월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올랐다. 이 밖에도 유통사들은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사 SSG닷컴과 지마켓은 각각 익일배송 서비스인 ‘쓱원데이’(상온제품)와 ‘스마일 무료배송’을 시작했으며 각각 2만원 이상,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이다.
다만 배송경쟁력은 쿠팡이 앞서고 있다. 쿠팡은 월 요금 4990원 와우 멤버십 요금만 내면 가격에 상관없이 1000원짜리 상품도 도서산간을 포함해 전국에 당일·익일배송하고 있다. 쿠팡은 주요 유통사 가운데 전국 30개 지역, 100개 물류센터 등 가장 광범위한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통 3사가 멤버십과 럭셔리, 배송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빅블러’ 경쟁은 아직 각 사 시장점유율이 5% 남짓으로 ‘절대 강자’ 없는 유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 규모(소매판매액·자동차 및 연료판매 제외)는 2분기 127조8000억원에 달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거대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빅블러 현상으로 유통·물류·정보통신(IT)·미디어 등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공간 비즈니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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