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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떠나가는 배, 초보 태공 외로이~”...첫 바다 낚시 현장에서 생긴 일 [E-트래블]

홍원항 가을 전어로 유명…가을 관련 축제 크게 열려

선상 낚시를 위해 승선한 배 이름이 '메르세데스'다. 

[글·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월척을 낚았다’는 ‘얼척’ 없는 얘기에도 너털웃음을 던지며 ‘까방권’이 주어진다. 낚시꾼의 너스레는 웃음 포인트다. “끝내 놓쳤다”는 물고기가 조기인지 상어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들의 농지거리에도, ×오줌 구분 못 하고 귀를 쫑긋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초보 낚시꾼이다. 기자는 마침 귀어촌한 친구 후배 덕에 ‘선수들’의 바다낚시에 ‘깍두기’로 첫 출사에 나섰다. 이 ‘빌붙기’ 찬스가 추억이 됐을까, 망할 기억을 남겼을까. 

새벽 4시, 항구는 인산인해

충남 서천 홍원항. 바다낚시 배는 대개 새벽 4시 출항한다. 3일 새벽 출항에 앞서 2일 현지에 도착해 차박을 하기로 했다. 이 역시 첫 경험이니, 이래저래 의미 있는 1박 여행이다. 그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도 부담이고, 숙소를 잡아 자는 둥 마는 둥 나오는 것은 돈 아깝게 여겨졌다. 요즘 힙한 차박도 대안 중 하나다. 호젓한 항구의 밤을 즐기며, 한 잔의 소주 파티는 덤이다.

홍원항은 가을 전어로 유명한 항구다. 가을이면 관련 축제도 크게 열린다. 인근 바다는 조기며, 도미며 풍부한 어족 자원이 넘쳐났다. 이러니 수십 척의 어선들이 멀리 방파제 끝까지 즐비하게 정박해 있다. 항구 역시 미항이라 낭만 여행지로도 불리는 터라 먹거리 횟집들도 즐비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피해 갈 수 있나? 우리도 차박에 앞서 물회 한 그릇을 비웠다. 딱히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양만큼은 차고 넘쳤다. 

홍원항 산책, 갈매기와의 대화

바다낚시가 아니더라도 여행지로서 홍원항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항구를 에워싸는 방파제 끝의 등대까지 걷는 것도 좋고 항구를 오가거나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는 ‘바다 멍’도 호젓하다. 그 시간이 일몰과 맞닿았다며 인생 컷도 건질 수 있다. 다만 등대 인근 괴이한(?) 전망대는 부식이 심해 출입금지이니 들어가지 마시라. 

주변을 돌더라도 이 항구에 온 이유는 잊지 말아야 할 터. 아뿔싸, 초보 낚시꾼이 뱃멀미 약을 준비하지 않았다. 늦은 시간 약국 찾아 삼만리를 했으니 인근 약국을 뒤져야 했다. 약국 문을 빨리 닫으면 낭패인데, 다행히 턱걸이했다. 붙이는 약은 대개 출항 전 4시간 전에 그리해야 한단다. 밤 12시에는 붙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외에 낚시도구, 미끼 등 준비물, 팔토시 등은 현지 낚시용품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집은 새벽 낚싯배 출항 전에 문을 여니 그것 역시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일할 때 문을 여는 것이니…. 대낮에 문 열어봐야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일부 식당도 그 시간에 맞춰 문을 연다. 이른 밥은 먹어도 좋고, 바다에서 먹을 컵라면을 준비해도 나쁘지 않다. 

엉덩이 가벼운 선장님이 최고

3일 새벽 4시 안팎. 전세버스도 항구로 들어왔다. 새벽에 항구는 인산인해다. 출항 시간은 정확히 지켜야 한다. 낚싯배 선장들이 알고 있는 포인트는 옆 배 선장도 알고 있다. 그 자리를 선점해야 그나마 초보들도 몇 마리 건질 수 있다. 오늘 우리의 공략 대상은 백조기다. 얼마 전 1인당 100마리 이상씩 잡았단다. ‘물 반 고기 반’이란 응원일 텐데…오히려 더 겁이 났다. 한 마리도 못 잡을까 봐,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출항이다. 배 이름이 ‘입틀막’이다. ‘메르세데스’다. 오늘 낚시를 도와줄 사람을 부르는데, 그분의 소유 선박 이름을 붙인다. ‘페라리’ 사장님이란다. ‘백두산’·‘팬텀’ 사장님도 있다. 오늘 초보자들의 조력자를 자임했다. 아무리 봐도 배 선장실 위 멋지게 치장해 딱 붙여진 ‘메르세데스’의 이름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낚시 가게 이름도 ‘홍원항 에프원(F1)낚시’다. 그 유명한 자동차 경주 이름이다. 유쾌한 바다낚시는 출발 전에 시작됐다. 

배우들도 참여한 선상 낚시 유튜브 촬영 이벤트.

첫 끗발이 개 끗발일까

‘묻지마 낚시’의 멤버들도 이때 처음 만났다. 유튜브 촬영도 있는 이벤트라, 배우들도 왔다. 기자는 원칙상 영상 밖 관객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버리했던지, 편집돼 올라온 유튜브 영상 내 분량이 만만치 않았다. ‘절세미인’ 고수진 배우와 ‘재기발랄’ 정호영 배우 등은 메인 출연자다. 이외 ‘에프원 낚시’ 소속 선장들은 스태프인 셈이다. 이들 역시 들은 바가 있는지, “100마리를 잡겠다”라는 호언으로 밑도 끝도 없이 장담했다. 릴을 다루는 것 자체에도 땀이 나는데, 갯지렁이 미끼를 다루는 것도 난감했다. 소싯적 강화 펄에서 망둥이 대낚시를 했던 경험이 있어, 갯지렁이 낯짝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 미끄러움이란…. 하여간 어찌어찌 낚싯줄은 던져졌다.

그리고 이내, 백조기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던지자 마자다. “이게 정말이네~ 100마리 가자”라고 (속으로) 크게 외쳤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승패는 이미 갈렸다. 고 배우도 이미 오래전에 10마리째 “히트”를 외쳤고, 정 배우는 걸핏하면 “쌍 히트”다. 이곳저곳에서 “히트”라 하면, 그만큼 멍든 내 가슴은...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을 터. 

배 위에서 맛 본 한끼의 식사.

강태공처럼 첫 낚시가 남긴 것은

낚시 포인트는 시시각각 바뀌었고, ‘메르세데스’ 김 선장은 감에 따라 포인트를 옮겨탔다. 여전히 세월을 낚은 나의 첫 낚시는 6마리로 마무리. 기대만큼 실적에 이르지 않자, 번외 이벤트로 각 낚싯배 선장이 낚시 대결을 펼쳤다. 던지자마자 정말 낚아낸다. 눈으로 실력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났다. 그래도 승패는 갈리는 법. 백두산호 선장님이 희생양이 됐다. 얌전한 고 배우가 바가지를 들었다. 물벼락 벌칙에 모두가 웃었다.

낚시 후, 떠오른 것은 몇 마리 잡은 것이 아니더라. 일출 햇살이 계속 내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처음엔 눈부셔 인상을 찌푸렸지만, 낚시 자리를 옮겨도 그 빛줄기는 내게로 재조정됐다. 누구는 핀잔을 주고, 누구는 힐난하지만, 태양은 그 빛을 모아 내게 발광했다. 핀잔에, 힐난에 주눅 든 내게 태양은 그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심지어 낚시도 못 하는데, 낚싯대를 바다에 빠뜨리기까지 했으니…. 그래서 저이의 응원에 힘을 내야지. 고마워, 해님. “내가 제일 잘나가~”

한편 이날 낚시 이벤트는 유튜브 채널 ‘홍원항_에프원낚시’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배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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