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면 ‘매달 5%’ 이자 준다더니....1.2兆 방판 사기 ‘아쉬세븐’ [망했어요]
연예인 모델로 쓰고 가짜 공장까지
투자자 7385명 속여 2조원 가로채
청산 절차 시작...대표 중형 확정· 법인 벌금형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화장품 사면 매달 5% 이자를 지급합니다.”
화장품 사업에 투자하면 4개월 간 투자금의 5%의 이자를 주는 투자상품이 있다고 한다. 다섯 번째 달에는 투자원금을 돌려준다. 한 달에 1000만원을 맡기면 불과 3~4개월 만에 200만원여를 손에 쥐게 된다. 이후엔 투자원금까지 ‘일석이조’의 투자 효과를 보는 셈이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1~2%대란 점을 고려하면 수년 간의 이자에 해당한다.
현재 1조원대 사기 혐의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화장품 방문 판매업체 ‘아쉬세븐’ 이야기다. 아쉬세븐은 2014년 설립해 서울에 본사를 두고 통신판매업 신고 등을 한 화장품업체다. 설립 당시 ‘누구에게나 쉽고 효과적인 화장품을 연구한다’는 콘셉 아래로 화장품을 출시 및 판매해왔다.
또 자사 브랜드 ‘베이커세븐’에서 출시한 씻지 않아도 되는 버블마스크팩으로 유명세를 탔다. 평소 피부관리로 사용하는 해당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팬들이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고자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전국에서 모여든 소비자들로 행사장 인근에는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세븐은 화장품 제품을 주력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아쉬세븐은 2014년부터 회사에 투자하면 처음 4개월 동안은 투자금의 5%를 수당으로 지급하고 5개월 이후에는 원금을 돌려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충남 예산지역에서만 수백명이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조원 이상을 끌어모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자 7385명을 속여 2015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조1492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연예인 모델 등을 내세워 사업을 확장하던 회사는 올해 4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돌연 수익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를 저질렀다며 회사 대표 엄모씨와 회사 임원, 지역 점장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이들은 연예인을 화장품 모델로 쓰고, 서울 송파구에 건물을 사 본사를 두고 인천엔 가동된 적 없는 가짜 공장까지 세운 걸로 밝혀졌다.
결국 회사 대표 엄모씨와 법인에 각각 실형과 벌금형이 내려지며 아쉬세븐은 자산 매각과 채권자 배분 등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투자만 하면 이자가 10% 이상 된다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했다”, “100% 믿지는 않았지만 사기일 줄은 몰랐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 모델로 쓰고...화장품 불법 다단계 주의보
아쉬세븐 같이 위탁관리인(지사장·지점장) 지위를 가진 판매원에게 소속 전체 판매원들의 실적과 연동된 후원수당을 지급할 경우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현행 방문판매법에는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계속거래, 사업권유거래 등 모두 6가지의 판매·거래 유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화장품 다단계 피해가 끊이지 않고있는 점을 두고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주로 화장품 제품에 대한 일반인 후기가 필요하다며 접근해, 주요 아이템으로 쓰이는 건 원가가 판매가 대비 타 제품군보다 낮고 실제 효능보다 과장된 정보를 공유한다.
이 같은 과도한 마케팅 방식은 현행 방문 판매업 제23조에 따라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재화 등에 대해 실제보다도 현저히 유리한 것으로 오인시킬 수 있는 사례로 금지행위에 해당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에서 다단계 피해 구제를 위한 소비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 권고와 조정 절차를 진행할 뿐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며 “이에 따라 피해 사례까 발생할 경우 민사소송이나 수사 의뢰 등을 통해 구제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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