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필수카드 만들고 쑥쑥…“한국 금융의 TSMC 되겠다”[이코노 인터뷰]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
중간 개입자 없애 가맹점 수수료 극대화
증권사 제휴 상품 연내 출시…B2B 확장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하늘길이 열린 지 어언 1년. 너도나도 해외여행에 나서는 요즘 여행객들에게 새로 인기를 끄는 결제카드가 있다. 바로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의 ‘트래블페이 충전카드’(트래블월렛 카드)다.
지난 2021년 2월 출시된 이 카드는 37개국의 통화를 지원한다. 특히 해외결제임에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해외에서 신용카드 사용 후 수수료 부담을 안아왔던 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카드다. 또 여행객들이 많이 쓰는 미국 달러, 엔, 유로의 경우 환전수수료도 상시 무료다. 원화를 충전해 현지에서 사용하기만 하면돼 편의성과 간편성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엄지척’ 평가를 받는다.
이런 특장점으로 트래블월렛 카드는 여행족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카드 누적 발급량은 300만장으로 1년 전(24만장)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여름휴가를 앞둔 7월에는 신청량 급증으로 실물카드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연간 결제액도 올해 8월까지만 9600억원으로 지난해 총 결제액(2100억원)보다도 357%나 늘었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지금과 같은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잘해야 몇십만장 정도 발급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유학생이나 주재원, 여행 전문가 등 특정 군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출시했는데 마케팅 없이도 빠르게 발급이 늘었다”고 밝혔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결제 및 환전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은 ‘결제 회사가 수수료 수익 없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다. 카드 발급이 급증한 만큼 오히려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김 대표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결제에서는 중간에 많은 플레이어(사업자)가 관여한다”며 “결제 과정을 간소화해 플레이어들에게 나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꼈다”고 말했다.
트래블월렛은 로컬(현지) 은행, 미국계 은행, 매입사 등 기존 해외 카드 결제에 개입되는 수많은 중간 업자를 비자(VISA) 하나만 거치도록 했다. 카드 발급과 외화 정산도 회사가 직접 수행한다. 때문에 카드사 평균 수준의 가맹 수수료를 적용해도 트래블월렛이 가져가는 몫은 기존 카드사보다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 업무 자동화도 비용 절감에 크게 일조했다. 김 대표는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던 부분을 거의 다 자동화했다”며 “그만큼의 인원은 신사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카드 결제사업을 위한 인원은 최소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는 이제 ‘동반자’…증권사와도 손잡는다
트래블월렛은 사업 초기 국내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상품을 출시하려 했다. 하지만 흥미를 갖던 카드사들도 결국 ‘기존 카드사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 ‘몇천억원이 들지 모른다’며 사업성을 이유로 트래블월렛과의 제휴에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제 반대로 카드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롯데카드와는 ‘트래블엔로카’를, 8월에는 우리카드와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다. 기존 트래블월렛 카드는 체크카드지만, 카드사 협업 상품은 신용카드로 출시돼 한층 유연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현재 상품이 출시된 곳 외 카드사들과도 상품 개발·결제 프로세싱·프로모션 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빅테크,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OTA) 등 다양한 산업군과도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증권사와 사업 논의가 매우 활발해졌다고 강조했다. 카드사(지불결제)나 은행(송금)만큼 결제 인프라와 솔루션을 갖추기 못한 증권사는 트래블월렛과의 협력을 통해 이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 후 남는 돈을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올해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축적된 노하우 무시 못 해…금융의 TSMC 될 것”
사실 트래블월렛의 비전은 기업 대 소비자 거래(B2C)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 ‘클라우드 기반 금융솔루션’을 국내외 기업에 공급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본격적으로 노린다. 최근 진행된 신한카드와 맺은 지불결제 서비스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일례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금융솔루션의 가변성과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 IT 시스템은 일부를 수정하려면 하드웨어 변경은 물론, 연결된 수많은 소프트웨어까지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실물 구조를 가상으로 변환한 클라우드에서 추가·변형하면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금융사가 새로운 시스템을 배포하려면 약 1~2년이 걸리는데, 트래블월렛은 하루에 5개씩도 가능하다”며 “자잘한 오류들을 즉각 수정할 수 있고, 소비자 수요도 바로 반영해 개선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개선들은 개별로 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수십만개가 쌓였을 때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며 “수십년 간 작은 노하우가 축적돼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TSMC처럼 트래블월렛도 향후에는 다른 핀테크와 큰 격차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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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2월 출시된 이 카드는 37개국의 통화를 지원한다. 특히 해외결제임에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해외에서 신용카드 사용 후 수수료 부담을 안아왔던 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카드다. 또 여행객들이 많이 쓰는 미국 달러, 엔, 유로의 경우 환전수수료도 상시 무료다. 원화를 충전해 현지에서 사용하기만 하면돼 편의성과 간편성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엄지척’ 평가를 받는다.
이런 특장점으로 트래블월렛 카드는 여행족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카드 누적 발급량은 300만장으로 1년 전(24만장)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여름휴가를 앞둔 7월에는 신청량 급증으로 실물카드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연간 결제액도 올해 8월까지만 9600억원으로 지난해 총 결제액(2100억원)보다도 357%나 늘었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지금과 같은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잘해야 몇십만장 정도 발급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유학생이나 주재원, 여행 전문가 등 특정 군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출시했는데 마케팅 없이도 빠르게 발급이 늘었다”고 밝혔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결제 및 환전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은 ‘결제 회사가 수수료 수익 없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다. 카드 발급이 급증한 만큼 오히려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김 대표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결제에서는 중간에 많은 플레이어(사업자)가 관여한다”며 “결제 과정을 간소화해 플레이어들에게 나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꼈다”고 말했다.
트래블월렛은 로컬(현지) 은행, 미국계 은행, 매입사 등 기존 해외 카드 결제에 개입되는 수많은 중간 업자를 비자(VISA) 하나만 거치도록 했다. 카드 발급과 외화 정산도 회사가 직접 수행한다. 때문에 카드사 평균 수준의 가맹 수수료를 적용해도 트래블월렛이 가져가는 몫은 기존 카드사보다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 업무 자동화도 비용 절감에 크게 일조했다. 김 대표는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던 부분을 거의 다 자동화했다”며 “그만큼의 인원은 신사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카드 결제사업을 위한 인원은 최소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는 이제 ‘동반자’…증권사와도 손잡는다
트래블월렛은 사업 초기 국내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상품을 출시하려 했다. 하지만 흥미를 갖던 카드사들도 결국 ‘기존 카드사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 ‘몇천억원이 들지 모른다’며 사업성을 이유로 트래블월렛과의 제휴에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제 반대로 카드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롯데카드와는 ‘트래블엔로카’를, 8월에는 우리카드와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다. 기존 트래블월렛 카드는 체크카드지만, 카드사 협업 상품은 신용카드로 출시돼 한층 유연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현재 상품이 출시된 곳 외 카드사들과도 상품 개발·결제 프로세싱·프로모션 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빅테크,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OTA) 등 다양한 산업군과도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증권사와 사업 논의가 매우 활발해졌다고 강조했다. 카드사(지불결제)나 은행(송금)만큼 결제 인프라와 솔루션을 갖추기 못한 증권사는 트래블월렛과의 협력을 통해 이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 후 남는 돈을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올해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축적된 노하우 무시 못 해…금융의 TSMC 될 것”
사실 트래블월렛의 비전은 기업 대 소비자 거래(B2C)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 ‘클라우드 기반 금융솔루션’을 국내외 기업에 공급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본격적으로 노린다. 최근 진행된 신한카드와 맺은 지불결제 서비스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일례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금융솔루션의 가변성과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 IT 시스템은 일부를 수정하려면 하드웨어 변경은 물론, 연결된 수많은 소프트웨어까지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실물 구조를 가상으로 변환한 클라우드에서 추가·변형하면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금융사가 새로운 시스템을 배포하려면 약 1~2년이 걸리는데, 트래블월렛은 하루에 5개씩도 가능하다”며 “자잘한 오류들을 즉각 수정할 수 있고, 소비자 수요도 바로 반영해 개선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개선들은 개별로 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수십만개가 쌓였을 때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며 “수십년 간 작은 노하우가 축적돼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TSMC처럼 트래블월렛도 향후에는 다른 핀테크와 큰 격차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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