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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앞서는 하림…부동산 매각설 솔솔

[HMM 인수전 3사3색]①
JKL 손잡고…시총 19위 HMM 군침
2015년 인수한 팬오션과 시너지 기대
양재동 부지 등 자산유동화 여부 주목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HMM 인수 본입찰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하림그룹‧LX그룹‧동원그룹 등 국내 기업 3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하림은 HMM 숏리스트에 오른 기업 가운데 자산총액이 가장 커 눈길을 끈다. 다만 몸값이 최소 5조원에 HMM을 품기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턱없이 부족해 추가적으로 자산유동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A로 성장한 하림…외형면에서 강점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HMM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하림·LX·동원은 가상데이터룸(VDR) 방식을 통해 HMM의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을 공유받는 등 본격 실사에 돌입했다. 실사 기간은 약 2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재계순위가 가장 높은 하림은 외형면에서 타 회사들에 비해 강점이 있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하림의 공정자산총액은 17조원으로 재계순위 27위다. LX그룹은 자산총액 11조원으로 44위, 동원그룹은9조원으로 54위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를 위해 오랜 파트너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팬오션을 함께 인수하며 우군이 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 불발됐지만 2021년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함께 나선 인연도 있다. 

하림은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물류사업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팬오션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팬오션은 철강·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대용량으로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약 85%가 벌크선 부문에서 나왔다. 이에 반해 HMM은 매출의 84%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발생한다. 이에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컨테이너선을 확보해 해운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몸값 5조 HMM 사려면 ‘부동산매각’ 불가피?

재계 순위 19위인 HMM을 인수하면, 하림그룹이 단숨에 재계 순위 상위권을 넘볼 수 있다. 하지만 HMM의 매각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8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하림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인수 후보자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LX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하면 약 2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6000억원 가량이다. 

현금 동원력에서 LX그룹보다 뒤처지는 하림이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산업이 보유한 양재동 부지 등 투자부동산의 공정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8500억원으로, 이를 유동화하면 추가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게다가 HMM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체 자금에 더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림은 과거 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자금력이 부족했지만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인수 대금 상당 부분을 차입한 이력이 있다. 이후 종속 기업을 매각하고 지주사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빚을 갚는 방식을 택했다.

하림은 HMM 인수를 위해 팬오션 때와 마찬가지로 대주단을 확보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꾸린 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대형은행과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끌어들였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HMM의 M&A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으로, (현금마련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팬오션 벌크선. [사진 팬오션]

‘돈줄’된 팬오션 처럼…투자 뒷전 우려

일각에선 HMM이 ‘제2의 팬오션’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 후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등 ‘돈줄’로 사용해왔다. 또한 팬오션은 적자 계열사 하림USA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떠안기도 했다.

하림이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HMM을 인수해도, 기업을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인수금융 금리는 6~8% 정도다. 부족한 현금 약 3조~4조원을 연 8%대 금리로 조달할 경우 1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3000억~4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HMM 인수과정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HMM이 보유한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흡수하기 위해 배당금을 높이거나 자산 이전에 열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이자 납부에 급급해 신규 투자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HMM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숏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이 ‘HMM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산업은행은 자금조달 계획, 인수 후 경영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절차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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