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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미리 찍은 비상장 기업은…상장 주관해 ‘잭팟’ 기대

[先학개미 전성시대]②
교육‧바이오‧2차전지‧우주 등 적극 투자
상장 전 투자해 주관 업무까지 맡는다
수익 다각화 차원…IPO 앞둔 기업 여럿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비상장 기업과 스타트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일대. [사진 허지은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증권사들이 비상장 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찍이 발굴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는 것이다. 상장 전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의 상장 주관까지 맡는 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교육‧바이오‧2차전지‧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 투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비상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증권사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10개 증권사가 비상장 투자(일반 투자, 단순 투자)에 나선 총합은 2519개였다.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한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366개), 한국투자증권(343개), NH투자증권(335개), KB증권(320개) 순이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281개), 키움증권(252개), 하나증권(208개) 등도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증권사들은 증권사 보유 자금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기업에 직접 투자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2차전지와 바이오처럼 꾸준히 인기 있는 산업은 물론 에듀테크와 우주 등 각광받는 사업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많았다. 

주식과 채권 장점 가진 RCPS로 투자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대부분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활용됐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이 붙은 우선주로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비상장 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RCPS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을 요구하거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거래가 수월한 보통주로 전환해 매각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인 것이다. 

증권사들이 RCPS 방식으로 투자한 스타트업 중 교육업계가 돋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월 공부선배(20억원), KB증권은 프리월린(10억원), 신한투자증권은 호두랩스(9억원) 등 모두 교육 기업에 투자했다. 교육업계는 생성형 AI(인공지능)과의 결합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교육에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바이오와 메타버스 역시 증권사들이 꾸준히 눈여겨 보고 있는 산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바이오벤처기업 레드엔비아에 올해 3월 10억원을 출자했다. 레드엔비아는 동아에스티와 바이오엔비아의 합작법인으로 심혈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KB증권도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피노바이오에 올해 3월 13억원을 투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4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에 20억원을, 하나증권은 확장현실(XR) 메타버스 콘텐츠 업체인 케이쓰리아이에 10억원 각각 투자했다.

주식 시장 열풍을 몰고 온 2차전지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4월 2차전지 소재 기업 보백씨엔에스(보백CNS) 지분 1.14%를 20억원에 사들였다. 보백씨엔에스는 2차전지용 절연재와 셀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2차전지 분야에서 제 2의 에코프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증권사,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보백씨엔에스는 향후 2~3년 안에 IPO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일찍이 투자한 만큼 향후 IPO 주관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IPO도 관계성…상장 전 지분 투자하고 주관까지 

증권사가 투자한 비상장사의 상장 주관 업무를 맡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상장 전 유망한 기업에 투자해 상장 주관까지 담당하는 식이다. 상장 주관 수수료는 물론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좋다면 주식을 팔아 ‘잭팟’을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 기업의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고평가 논란도 있지만 반대로 증권사가 그만큼 성장성을 보장하는 기업이라는 설명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장한 오브젠, 나노팀, 마녀공장에 상장 전 각각 15억원, 81억원, 30억원을 투자했다. 마녀공장이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에 성공했고 두 기업도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하면서 수백억대의 평가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 1만6000원의 마녀공장을 상장 전 5000원에 사들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투자한 기업의 상장 주관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다. 대신증권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우주 스타트업 컨텍에 지난해 1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4월 금속 소재 표면처리 전문 기업 대영엔지니어링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대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컨텍과 대영엔지니어링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2월 퍼스널모빌리티(PM) 공유 플랫폼인 ‘지쿠’를 운영하는 지바이크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지바이크는 지난해 2월 미래에셋증권과 상장 대표 주관 계약을 맺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주관도 결국 관계성”이라면서 “상장 전부터 투자를 해 오면 기업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고 경영진들과 신뢰가 쌓이면서 상장 이후에도 유상증자나 자문 등 인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IPO 담당 임원은 “하우스마다 투자하는 크기와 방식이 다르지만 상장 전 지분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프리 단계에서부터 투자하면 상장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시리즈 B~C 투자 유치를 마친 기업에 투자하는 증권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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