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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CEO 절반 물갈이…‘위기의 신세계’ 왕관의 무게 견딜까

이마트, 적자 전환...신세계 실적도 비상등
지마켓 인수, 일련의 M&A로 재무부담 확대
한채양 '구원투수'로 등판, 통합 MD 전략 추진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및 SSG 랜더스 구단주. [사진 신세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에 소비침체가 극심해지면서 주력 오프라인 유통사인 이마트의 부진이 직격탄이 된 것이다.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저효과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갔지만 올 들어서부터 수익성 개선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4조4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 상반기 매출(3조6346억원)과 영업이익(3019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3%씩 떨어졌다. 이 같은 실적 악화로 이마트 주가는 2011년 상장 후 최저로 추락했다. 올해 시작할 때만 해도 9만4800원이었지만 최근 7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7만400원으로 마감했다. 2018년 32만원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날개 없는 추락’이다.


적자 전환 이마트,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가 관건

특히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부문에서 빅3 중 유일하게 적자인 상태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수익성·효율성 개선의 성과로 지난해 1431억원에서 1640억원으로 늘었고,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1601억원) 보다 10%가량 줄어든 1335억원을 기록했다. 

쿠팡 등 온라인 이커머스 공세에 맞서기 위해 2021년 3조5991억원을 투자해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했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한 셈이다. 지마켓의 영업이익은 이마트 인수 이후 바로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에도 3000억원에 미국 와이너리 취득, 2000억원에 센터필드 관련 지분취득, 부동산 개발 등 자금소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8000억원의 이마트 성수점 매각 등 자산매각을 통해 대응했으나, 확대된 재무 부담을 경감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재무건전성도 나빠졌다. 올 상반기 기준 이마트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143.6%다. 2018년 89.15%에서 1.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수익성 개선이 절실해진 신세계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그룹 내 6개 계열사(이마트·지마켓·SSG닷컴·스타벅스·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가 함께한 통합 멤버십으로, 지난 6월 출범했다. 온·오프라인 그룹 전 계열사에서 누리는 ‘임직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이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한 이후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차원에서 ‘스마일클럽’의 통합 작업 등 상당한 개발기간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겸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시너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서비스가 기존 신세계그룹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할 만큼의 성과로 이어졌느냐다.  SSG닷컴과 지마켓 합산 영업이익도 상반기 기준 2022년 –1038억원, 올해 –561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할인을 넘어선 차별화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마트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점포 리뉴얼과 물류 효율화, 멤버십 고객 중심의 마케팅 등을 통한 수익화에 초점을 두고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온라인 물류 투자와 지마켓 인수 등 일련의 투자 집행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는 투자성과를 보여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사진 신세계]

한채양호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 새 실험 통할까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이달 20일, 그룹 정기 인사가 연말에 해야 한다는 오랜 관행을 깨고 시기를 10월로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업부문인 이마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사상 첫 외부인사를 앉히는 ‘초강수’를 뒀다. 2019년 이마트 대표로 선임된 이후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했던 강희석 대표가 물러나면서, 한채양 대표가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특징적인 것은 한 대표는 이마트 뿐 아니라 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의 대표직을 겸임하게 됐다. 또한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하며,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그 산하로 두며 통합 본부장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통합 멤버십에 빠졌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가 클러스터에 들어간 반면 통합 멤버십에 있던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은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체제 변화로 이마트도 롯데쇼핑과 같은 통합 상품기획(MD)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로 확장 시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강희석 전 대표가 추진해온 미래 성장을 위한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전략은 지마켓을 인수해온 이상, 한채양 신임 대표이사가 승계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침투, 근거리·소량구매 선호 등 소매패턴 변화로 비식품 매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식품 성장도 둔화되며 업태 전반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지마켓 인수 이후 발생하는 무형자산 상각비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계열 전반의 이익창출력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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