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만 대출 받는다…커지는 고금리 부작용[부채도사]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은 고심 깊어져
증권가 “내년 하반기에나 기준금리 인하 가능”
고소득자 위주로 대출 확대 중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고금리 장기화가 소위 ‘돈 있는 사람’만 대출받는 환경을 조성해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대출 규제로 저소득층의 자산 매입 기회가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고금리 기간이 장기화되면 소득 있는 사람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고, 반대로 중저신용자의 연체 확대는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 연 7% 돌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금리는 갈수록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1%로 전월보다 0.03%p 높아졌다. 5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9월 26일 기준으로 4.517%를 기록했다. 5월 이후 4%대를 돌파하고 매달 상승 중이다.
정기예금 금리까지 연 4%대로 높아져 은행 입장에서 갈수록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만큼 대출 금리를 높여 마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21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00∼6.469%, 변동금리는 연 4.270∼7.099%다. 변동금리 상단은 8월 들어 7%대를 넘었다.
문제는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도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점차 뒤로 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말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경우 한은과의 금리차는 현 2.00%p 차에서 더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고,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더 높인다. 결국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이거나, 최소한 현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에도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했음에도 통화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매파적”이라며 “2024년과 2025년 점도표는 6월에 제시했던 수준보다 0.5%p씩 높아지면서 내년 인하 기대치가 불과 0.5%p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0.5%p면 내년 4분기 10월부터 2차례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예상했다.
이 예상대로 연준이 내년 하반기까지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 경우 한은 입장에서도 내년 하반기에 가서야 금리 인하 조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고소득자’ 위주로 주담대 증가
이와 같이 고금리 장기화가 예고되면서 금융불균형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대출 시장은 규제 강도가 가장 세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묶여 있다. 이 규제 하에서 대출자들은 소득 증가 없이는 대출 확대가 불가능하다. 최근 ‘주담대 만기 50년’ 등 초장기 대출 상품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DSR 우회 수단으로 보고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했다.
규제가 견고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에 기댄 주담대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당국과 업계는 가계부채 폭등 재현을 피하기 위해 DSR 유지가 필요하지만, 규제의 부정적 효과로 고소득자 중심의 자산 매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8월 가계대출은 6조9000억원 확대됐다. 이는 25개월 만에 최대 증가액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9월 26일 ‘금융안정상황점검’ 자료를 발표하며 “주요국 긴축기조 지속, 국내외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은은 고소득자들 위주로 대출 확대가 이뤄져도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에 더해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 확대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금융시스템과 자산시장 간의 연계성을 강화시켜 자산가격 급락 시 금융 및 실물경제를 동시에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국 간의 정책 공조 ▲금융시스템 복원력 강화 ▲규제 우회 수단에 대한 점검 등 거시건전성 정책 유효성 제고가 제시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대출 부실이 커질 경우 금융불균형은 훨씬 오래 갈 수 있다”며 “이자 감면과 같은 금융지원이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 AI 수혜국 될 것" JP모건이 제시하는 최적 포트폴리오는?
2‘연일 최고가’ 비트코인, 가상화폐 규제 완화 기대감 최고조
3서울장수, 고흥군과 농산물 판로확대 위한 업무협약 체결
4"돈 없으면 하지마" 정부,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 '3%→20%'로 높인다
5BNK경남은행, 서울옥션블루와 ‘맞손’…신규 사업모델 발굴
6 '선거법 위반' 김혜경 1심서 벌금 150만원 선고
7KB금융, 기관투자자 30명 초청해 ‘2024년 주주간담회’ 개최
8비수기에도 날았다...안다르, 3분기 최대 실적
9우리은행, 워킹맘 임직원 대상 ‘자녀 양육’ 특강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