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막은 ‘mRNA’ 독감까지…진화하는 독감백신 [달라진 독감백신 시장]③
독감백신 개발에 차세대 모달리티 mRNA 적용
국내 기업들도 mRNA 기술 활용한 백신 개발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백신은 특정 질환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약물이다. 통상 2~3회 정도 접종하는 백신과 달리, 독감백신은 매년 맞아야 한다.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빠른 개발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독감백신을 새로운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쓰여 전 세계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이야기다.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가 주목하는 제약사가 된 모더나가 현재 자사의 mRNA 기술을 활용해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모더나, 세계 첫 mRNA 독감백신 개발할까
mRNA는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 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 몸이 항원을 생성하게 만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다. mRNA 기술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표적 항원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르다. 표적 항원이 바뀌어도 기존 생산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생산 절차도 짧다. mRNA 기반 치료제가 그동안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이유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새로운 모달리티인 만큼 오랜 기간 이 기술로 개발된 약물이 치료 효과를 잘 내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며 mRNA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을 전 세계 사람들이 맞게 됐다. 대규모 감염병이 유행하며, mRNA 기반 백신이 ‘실제 투약’이라는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모더나는 mRNA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이후 다양한 질환으로 이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감백신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키고 유행하는 종류도 달라 한 가지 백신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해 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독감백신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mRNA 기반 백신은 약물을 빠르게 개발·생산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과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들어져 바이러스를 배양해야 하지만 mRNA를 기반으로 한 독감백신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약물 개발 플랫폼만 있다면 신속하게 독감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백신을 빠르게 생산하고,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모더나는 현재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복합 백신 후보물질은 mRNA-1083이다. 모더나는 최근 mRNA-1083이 다른 독감백신보다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특히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과 사노피 파스퇴르의 독감백신과 비교했을 때 고령층의 A·B형 독감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이 약물을 맞은 뒤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은 앞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겪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호지 모더나 사장은 “mRNA-1083은 올해 말 정도에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독감백신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는 2025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했다. 모더나는 독감백신 후보물질인 mRNA-1010도 개발하고 있다. mRNA-1010은 WHO가 권고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4개를 표적한다. 앞선 임상에서 좋지 않은 임상 소식을 전달했지만, 후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 지난 9월 공개했다.
mRNA 독감백신 개발 나선 GC녹십자
국내 기업들도 mRNA 기술을 활용해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강자인 GC녹십자가 대표적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4월 캐나다의 바이오 기업 아퀴타스의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mRNA 기반 독감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P는 나노입자를 체내 세포로 안전하게 운반해 mRNA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 체계다.
mRNA를 기반으로 한 약물을 개발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아퀴타스의 LNP 기술은 화이자가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도 현재 mRNA 기반의 4가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분야에서 쌓은 자사의 역량에 아퀴타스의 LNP 기술을 더해 내년 중 mRNA 기반 독감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mRNA 기반 독감백신이 개발되면 독감백신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으나 다양한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0년 6000만 달러(약 807억6570만원)로 집계됐다. 이 시장은 매년 7.2%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억127만 달러(약 1363억1904만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면 여러 질환 중에서 독감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국내 백신 시장에서도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등의 독감백신이 높은 매출을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선전하려면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는 mRNA 백신 개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독점 시장 회피 전략이나 틈새시장을 겨냥한 개발 전략을 마련해 국내 기업이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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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세계 첫 mRNA 독감백신 개발할까
mRNA는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 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 몸이 항원을 생성하게 만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다. mRNA 기술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표적 항원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르다. 표적 항원이 바뀌어도 기존 생산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생산 절차도 짧다. mRNA 기반 치료제가 그동안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이유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새로운 모달리티인 만큼 오랜 기간 이 기술로 개발된 약물이 치료 효과를 잘 내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며 mRNA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을 전 세계 사람들이 맞게 됐다. 대규모 감염병이 유행하며, mRNA 기반 백신이 ‘실제 투약’이라는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모더나는 mRNA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이후 다양한 질환으로 이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감백신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키고 유행하는 종류도 달라 한 가지 백신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해 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독감백신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mRNA 기반 백신은 약물을 빠르게 개발·생산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과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들어져 바이러스를 배양해야 하지만 mRNA를 기반으로 한 독감백신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약물 개발 플랫폼만 있다면 신속하게 독감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백신을 빠르게 생산하고,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모더나는 현재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복합 백신 후보물질은 mRNA-1083이다. 모더나는 최근 mRNA-1083이 다른 독감백신보다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특히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과 사노피 파스퇴르의 독감백신과 비교했을 때 고령층의 A·B형 독감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이 약물을 맞은 뒤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은 앞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겪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호지 모더나 사장은 “mRNA-1083은 올해 말 정도에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독감백신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는 2025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했다. 모더나는 독감백신 후보물질인 mRNA-1010도 개발하고 있다. mRNA-1010은 WHO가 권고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4개를 표적한다. 앞선 임상에서 좋지 않은 임상 소식을 전달했지만, 후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 지난 9월 공개했다.
mRNA 독감백신 개발 나선 GC녹십자
국내 기업들도 mRNA 기술을 활용해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강자인 GC녹십자가 대표적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4월 캐나다의 바이오 기업 아퀴타스의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mRNA 기반 독감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P는 나노입자를 체내 세포로 안전하게 운반해 mRNA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 체계다.
mRNA를 기반으로 한 약물을 개발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아퀴타스의 LNP 기술은 화이자가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도 현재 mRNA 기반의 4가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분야에서 쌓은 자사의 역량에 아퀴타스의 LNP 기술을 더해 내년 중 mRNA 기반 독감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mRNA 기반 독감백신이 개발되면 독감백신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으나 다양한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0년 6000만 달러(약 807억6570만원)로 집계됐다. 이 시장은 매년 7.2%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억127만 달러(약 1363억1904만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면 여러 질환 중에서 독감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국내 백신 시장에서도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등의 독감백신이 높은 매출을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선전하려면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는 mRNA 백신 개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독점 시장 회피 전략이나 틈새시장을 겨냥한 개발 전략을 마련해 국내 기업이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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