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상장만 기다렸는데’...로봇주 배신에 개미 눈물
두산로보틱스 상장 앞두고 기대감 키우던 로봇주 줄줄이 급락
상장 이벤트 기대감 선방영 영향..."주가 변동성 확대 주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두산로보틱스가 코스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0% 가까이 급등하며 로봇 대장주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 상장과 더불어 최근 기대를 모았던 로봇주들이 줄줄이 급락하며 개미들은 패닉에 빠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78% 상승한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인 지난 5일에는 공모가(2만6000원)대비 97.69% 상승한 5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공모가의 160% 수준인 6만76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 폭을 줄여 거래를 마친 것이다.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첫 따따블 사례가 나올 거란 시장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두산로보틱스는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3317억원을 기록하며 로봇 대장주에 단숨에 올라섰다. 2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2조7336억원)와의 시총 차이를 6000억원 이상 격차를 벌렸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선 IPO 일반청약 과정에서 30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빨아들이며 올해 최대 흥행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15일까지 5일간 진행된 두산로보틱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선 기관 총 1920곳이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1000∼2만6000원)의 최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 청약은 총 149만6346건이 접수됐고 33조1093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증권가에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한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적다는 점이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매도 가능한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중 18.38%에 불과했다.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기로 약속한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51%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첫날 로봇대장주를 자리를 꿰찼지만 다른 로봇주들은 하락폭을 키우며 그야말로 추풍낙엽의 모습을 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8.39% 하락했고, 에스비비테크(-14.19%), 뉴로메카(-12.13%), 유진로봇(-10.80%), 로보스타(-8.65%) 등 국내 주요 로봇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장 이튿날인 6일에도 해당 기업들이 2% 이상 하락하며 연일 주춤한 모습이다.
앞서 증권가에선 올 상반기 주도주 역할을 했던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엔 로봇주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하반기 들어 두산로보틱스 상장이 임박해 오자 로봇 기업들의 주가가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가 로봇을 국가 첨단산업 육성분야에 포함한 데 이어 삼성,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 투자 확대 등 호재가 잇달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로봇주에 베팅한 개미 투자자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모기업인 두산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첫날엔 19.40%까지 급락해 공포분위기를 연출했다. 상장 이튿날에도 4% 넘게 하락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11일 장중 29.97%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일 16만66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까지 주가가 급격히 빠지는 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신고가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달궜던 여타 로봇주들도 고점 이후 주가가 최근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전 없는 장세에 개미들은 패닉에 빠졌다. 로봇주 투자자 상당수가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주가 반등을 기대했으나 상장 첫날부터 오히려 급락해 손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로봇 관련주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올랐다는 인식이 늘면서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이벤트가 주가에 선 반영된 후 재료가 소진되자 상승동력을 잃은 것이란 분석이다.
서재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로봇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로봇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로봇 섹터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전반적으로 상승해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적 조정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한화그룹의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이 예정돼 있으며, 하반기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강화하면서 긍정적인 모멘텀은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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