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연일 ‘가짜뉴스 근절’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 중 하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짜뉴스 심의가 충분한 검토와 논의 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6일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사무처 소속 팀장 11명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가짜 뉴스 논란과 관련한 의견서를 작성했다. 해당 내용은 위원회 내부 게시판 등에도 올라왔다. 해당 의견서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의견서 끝에 본인의 이름과 직책을 밝히고 의견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서명했다. 정부 기관 소속 복수의 팀장급 인사가 본인의 이름까지 공개하면서 의견서를 작성한 건 이례적이다.

이들은 지난 9월 18일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가짜뉴스 신속 심의 등 대응방안 마련’ 내용과 지난 9월 26일 가동을 시작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등을 짚으며 “위원회 사무처에서 20여 년 남짓 근무한 중간관리자로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11명의 방통심의위 팀장은 의견서를 통해 “내부적으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부서 간 업무 혼선과 인력 파견에 따른 업무 가중으로 갈등이 발생하는 등 조직 운영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9월 18일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방통심의위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을 같은 날 마련했다. 긴급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주 1회에서 주 2회로 확대하고, 긴급 및 지체 안건에 대한 심의를 신속히 진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통심의위는 또 지난 9월 21일에는 그간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인터넷 언론사의 콘텐츠도 심의를 확대 추진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대책에 따른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에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17인으로 구성된 센터는 ▲긴급 심의사안의 경우, 신고부터 심의까지 한 번에 진행될 수 있는 원스톱 신고처리 ▲인터넷 언론사의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 심의 정책 수립 ▲‘가짜뉴스’ 모니터링 강화 등 유통 확산방지를 위한 신속 심의 방안 마련 및 시행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포털사업자 및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관련 단체 등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심의활동 강화 등 협력을 요청한다고도 밝혔다.

해당 내용들이 발표된 후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정확한 규정 없이 규제 수단만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명의 방통심의위 팀장은 이에 대해 “외부적으로 언론계·학계·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언론 탄압 및 검열 논란, 나아가 민간독립심의기구로서의 위원회 존립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총 4가지 사안을 의견으로 제안했다. ▲가짜뉴스 심의대책 등 위원회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지양 ▲감사실장이 사무총장 직무 대행을 맡는 조직 운영의 종식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중규제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한 내·외부의 충분한 검토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의 심의 기준 확립을 위한 의견 수렴 등을 요청했다.

이들은 “가짜 뉴스 심의 추진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해 위원장과 건전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개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달라”며 “가짜뉴스의 정의·범위·기준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뒷받침하고 언론사·유관기관·학계·법조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 위원회 내부에서도 면밀한 검토 및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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