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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양종희號, 국내 떠나 해외로 나간다

[세대교체 완료된 금융지주]① 회장 교체로 주력 사업 지각변동 예상
KB금융, 금융 계열사 포트폴리오 완성 상태
양 회장 내정자 최우선 과제로 ‘부코핀 정상화’ 꼽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점. [사진 이용우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1강 2중 1약’

현 국내 4대 금융그룹 순위는 이렇게 정리된다. 리딩금융인 KB금융그룹을 필두로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2등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금융그룹은 뒤에서 쫓아가는 모습이다. 

이런 경쟁 구도 속 금융그룹간 형세에 지각변동이 올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임기 9년을 끝으로 자리를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이 결과에 따라 4대 금융의 수장은 지난 2년 사이 모두 교체됐다. 금융그룹들이 새 수장 밑에서 향후 집중하게 될 사업에 따라 순위 뒤바뀜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은행·비은행 두루 섭렵한 양종희 회장 내정자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해외 진출에 우선 힘을 쏟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가 이 점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2일 KB금융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그는 오는 11월 중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다.

9년 만의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는 KB금융인 만큼 양 회장 내정자도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KB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KB국민은행이 중심이 된 ‘은행업’과 ▲KB증권과 KB자산운용, KB부동산신탁이 포함된 ‘금융투자업’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포함된 ‘보험업’ ▲KB국민카드, KB캐피탈이 포함된 ‘여신전문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KB금융은 KB저축은행과 KB데이터센터를 자회사로 두고 금융 전 영역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자산으로 보면 KB국민은행 자산이 524조5045억원으로 그룹 전체 자산(706조원)의 7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양 회장 내정자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은행장을 역임한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과 업계에선 오히려 KB금융의 자산이나 당기순이익 비중으로 봤을 때 비은행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비은행 부문에서 실력을 쌓은 양 회장 내정자가 다른 후보들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윤 회장도 지난 9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양 회장 내정자의 비은행장 경력과 관련해 “저도 회장에 선임될 때 비은행장 출신이었다”라며 “두 번째 임기 3년 동안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이 강력한 양 날개의 성장 엔진이 됐다”고 양 회장 내정자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양 회장 내정자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 낸 주역이자 KB손보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며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인 만큼 차기 회장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마지막 과제로 ‘인니 부코핀’에 집중 예상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9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금융 본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 회장의 재임 기간 KB금융은 국내 최고 종합금융사가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KB금융이 해외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의 해외 진출은 다른 금융그룹보다 늦은 상황이다. 2030년까지 해외 사업 당기순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의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지만 지난해 KB금융의 글로벌 당기순이익 비중은 10%대에 머문 상태다. KB국민은행의 해외 자산 규모도 4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다. 

이를 타개하고자 KB금융은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을 인수했고,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며 개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2020년부터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동남아 시장에도 영향을 주며 부실채권 정리와 디지털 금융 전환 등에 지연이 발생했다. 윤 회장도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가 코로나19 발생으로 늦어졌지만 부실 부채를 줄이고 디지털 등 시스템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 6월 정도에 완료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를 세컨드 마더 마켓(Second mother market)이라고 지칭하며 사업을 집중해왔다. 양 회장 내정자도 이 시장에서의 영업력 확대를 임기 초반부터 중요하게 여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양 회장 내정자는 KB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신용 리스크 관리’와 함께 ‘KB부코핀 은행 정상화’를 꼽았다. 이른 시일 내에 부코핀 은행의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KB금융은 재무적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 교류를 통해서도 부코핀 은행 정상화에 도움을 주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 9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KB’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에스엠타운 라이브 2023 자카르타 위드 KB 뱅크’ 콘서트를 개최한 점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부코핀 은행은 올 상반기 84억원 흑자를 내며 개선세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흑자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어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 올랐는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9년 동안 KB금융의 해외 진출이 늦었다는 평가가 많았던 상황이라 새 회장 체제에서 부정적 이슈를 길게 끌고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입된 자금 규모도 큰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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