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도시'서 '실리콘밸리'로...시애틀이 주는 교훈[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인구 감소와 도시]⑤
집중과 집적 필요한 현대도시...인구, 어떻게 끌어모을까
구글·아마존 이전하자 도시 부흥...결국 '민간의 힘'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인구가 한번 감소하기 시작되면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출생율 감소로 인한 인구감소는 매우 치명적이다. 여러 국가의 정치지도자들과 전문가 집단에서 제안하는 저출생 대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사실상 어렵다. 또는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33년째 저출생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떤 것들은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렇지만 꾸준히 그 효과를 살피면서 꾸준히 정책내용을 수정·보완해 오고 있다.
그 덕분일까.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은 2050년 한국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저출생 대책 출발이 늦었던 측면도 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들의 경험과 같이 우리나라도 좀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쇠퇴하는 도시, 인재들은 어떻게 모였나
단기적인 효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출생장려정책의 꾸준한 실행과 그 효과의 모니터링, 수정과 보완의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쏟아부은 380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두고 말이 많지만 어찌 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는 저출생대책의 비용은 늘 그 이상이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는 출산율 회복을 기다리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위기의 시간을 어떻게 기회로 전환시켜야 할까. 이제는 국가 뿐만 아니라 개인과 모든 공동체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각각의 자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간이다.
저출생 시대를 견디려면 우선 각 도시들은 ‘인구 지키기’가 절실하다. 인구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외부의 원심력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는 떠날 수 밖에 없는 도시의 구심력 약화가 존재한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바로 일자리다. 도시의 발생과 쇠퇴의 긴 역사를 통틀어 일자리가 사라진 도시에는 반드시 인구유출이 동반됐다. 그리고 쇠퇴하던 도시에 다시 인구가 모이고 부흥하게 된 이유도 ‘일자리’가 핵심 동인이었다.
그리고 일자리는 뭉침의 힘(clustering)과 임계질량(핵물질이 핵연쇄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이 수반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나는 ‘집중’과 ‘집적’의 힘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공교롭게도 이 집중과 집적은 인구감소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구증가시대에 그러했듯이 불균형과 양극화를 수반한다.
다시 집중과 집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만이 인구감소시대에 도시가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통신기술과 교통시설이 발달해도 집적이 주는 시너지는 변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테크기업들이 높은 임대료와 집값에도 특정도시의 특정지역에 모여드는 이유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고학력과 첨단지식인들의 창업이 경제혁신을 선도하는 지금, 이제는 기업유치가 아니라 핵심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도시들이 경쟁력을 가진다.
혹자는 핵심인재들이 쾌적한 주거와 도시환경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세금 감면 도시를 선호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 도시가 쾌적해서, 세금을 감면해줘서 인재들이 모이는게 아니라 인재들이 모이면서 도시환경이 개선되고 도시행정가는 더 많은 기업과 인재의 집적효과를 위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도시부흥의 시작, 결국 '민간'이다
독자들은 ‘시애틀’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1970년대 중반 이코노미스트가 다룬 시애틀의 경제상황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절망의 도시 시애틀 : 중고차 중고 텔레비전, 중고주택을 미국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
지금의 시애틀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문장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1970년대에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성장했던 미국의 대도시들이 하나 둘씩 일자리 감소와 도시의 쇠퇴를 경험했던 시기다.
보잉사와 그 하청업체들이 주축을 이루던 시애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시애틀에는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온다. “제2의 실리콘 밸리”, “전 세계 클라우드의 수도”이다.
시애틀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많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도 시애틀에 건물을 매입하고 사무실을 열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애틀의 발전을 이끈 건 이러한 테크기업들과 그 종사자들, 그리고 혁신인재들을 공급하는 인근 대학, 도시 인프라와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시정부의 힘이 모두 작동한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들의 순서다. 시애틀 부흥의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전(1979)에서 비롯됐다. 당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본사를 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설립자의 고향이 시애틀이라는 이유로 이곳으로 이전한다. 당시 시애틀은 앨버커키와 도시인프라 수준에서, 범죄율 등 도시치안이나 안전면에서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크게 성장하면서, 아마존이 시애틀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이 둘의 시너지가 지금의 시애틀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학관계가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나 정치적 노력이 지금의 시애틀의 성공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인구지키기와 경제활력을 위해 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한 ‘당근’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지자체 차원의 공공주도가 대부분이다. 지난호에서 살펴본 공공주도 지역축제의 초라한 성적표처럼, K-컬쳐가 민간에서 비롯된 것처럼, 공공주도의 기업유치는 과히 성적이 좋지 않다. 우리가 진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민의 힘, 공공부분이 아닌 민간부분의 힘이다.
‘인구 감소시대에 도시가 살아남는법’에 대한 연재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은 33년째 저출생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떤 것들은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렇지만 꾸준히 그 효과를 살피면서 꾸준히 정책내용을 수정·보완해 오고 있다.
그 덕분일까.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은 2050년 한국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저출생 대책 출발이 늦었던 측면도 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들의 경험과 같이 우리나라도 좀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쇠퇴하는 도시, 인재들은 어떻게 모였나
단기적인 효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출생장려정책의 꾸준한 실행과 그 효과의 모니터링, 수정과 보완의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쏟아부은 380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두고 말이 많지만 어찌 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는 저출생대책의 비용은 늘 그 이상이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는 출산율 회복을 기다리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위기의 시간을 어떻게 기회로 전환시켜야 할까. 이제는 국가 뿐만 아니라 개인과 모든 공동체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각각의 자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간이다.
저출생 시대를 견디려면 우선 각 도시들은 ‘인구 지키기’가 절실하다. 인구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외부의 원심력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는 떠날 수 밖에 없는 도시의 구심력 약화가 존재한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바로 일자리다. 도시의 발생과 쇠퇴의 긴 역사를 통틀어 일자리가 사라진 도시에는 반드시 인구유출이 동반됐다. 그리고 쇠퇴하던 도시에 다시 인구가 모이고 부흥하게 된 이유도 ‘일자리’가 핵심 동인이었다.
그리고 일자리는 뭉침의 힘(clustering)과 임계질량(핵물질이 핵연쇄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이 수반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나는 ‘집중’과 ‘집적’의 힘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공교롭게도 이 집중과 집적은 인구감소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구증가시대에 그러했듯이 불균형과 양극화를 수반한다.
다시 집중과 집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만이 인구감소시대에 도시가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통신기술과 교통시설이 발달해도 집적이 주는 시너지는 변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테크기업들이 높은 임대료와 집값에도 특정도시의 특정지역에 모여드는 이유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고학력과 첨단지식인들의 창업이 경제혁신을 선도하는 지금, 이제는 기업유치가 아니라 핵심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도시들이 경쟁력을 가진다.
혹자는 핵심인재들이 쾌적한 주거와 도시환경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세금 감면 도시를 선호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 도시가 쾌적해서, 세금을 감면해줘서 인재들이 모이는게 아니라 인재들이 모이면서 도시환경이 개선되고 도시행정가는 더 많은 기업과 인재의 집적효과를 위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도시부흥의 시작, 결국 '민간'이다
독자들은 ‘시애틀’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1970년대 중반 이코노미스트가 다룬 시애틀의 경제상황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절망의 도시 시애틀 : 중고차 중고 텔레비전, 중고주택을 미국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
지금의 시애틀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문장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1970년대에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성장했던 미국의 대도시들이 하나 둘씩 일자리 감소와 도시의 쇠퇴를 경험했던 시기다.
보잉사와 그 하청업체들이 주축을 이루던 시애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시애틀에는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온다. “제2의 실리콘 밸리”, “전 세계 클라우드의 수도”이다.
시애틀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많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도 시애틀에 건물을 매입하고 사무실을 열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애틀의 발전을 이끈 건 이러한 테크기업들과 그 종사자들, 그리고 혁신인재들을 공급하는 인근 대학, 도시 인프라와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시정부의 힘이 모두 작동한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들의 순서다. 시애틀 부흥의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전(1979)에서 비롯됐다. 당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본사를 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설립자의 고향이 시애틀이라는 이유로 이곳으로 이전한다. 당시 시애틀은 앨버커키와 도시인프라 수준에서, 범죄율 등 도시치안이나 안전면에서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크게 성장하면서, 아마존이 시애틀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이 둘의 시너지가 지금의 시애틀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학관계가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나 정치적 노력이 지금의 시애틀의 성공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인구지키기와 경제활력을 위해 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한 ‘당근’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지자체 차원의 공공주도가 대부분이다. 지난호에서 살펴본 공공주도 지역축제의 초라한 성적표처럼, K-컬쳐가 민간에서 비롯된 것처럼, 공공주도의 기업유치는 과히 성적이 좋지 않다. 우리가 진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민의 힘, 공공부분이 아닌 민간부분의 힘이다.
‘인구 감소시대에 도시가 살아남는법’에 대한 연재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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