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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수모를...인지도 있어도 안 팔린다

[혼란스러운 수입차 시장]②
시장 안착했던 폭스바겐·지프 판매 부진
아쉬운 가격 정책·신차 부재 등 발목 잡아

국내 출시 후 누적 판매 대수 6만대를 돌파한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 폭스바겐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수입 승용자동차 시장이 혼란스럽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단단한 신뢰도를 구축했던 브랜드들이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폭스바겐, 지프다. 이들은 한때 연간 판매 대수 1만대를 넘어서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었으나, 아쉬운 가격 정책 및 신차 부재 등이 맞물리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10명 중 7명이 독일차 사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독일차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차 브랜드의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72.6%로 나타났다. 수입 승용차를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은 독일차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 독일차의 시장 점유율은 71.3%다. 일본, 미국, 스웨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수입차 브랜드 중 독일차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과 함께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던 폭스바겐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1만579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0%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 실적은 6966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만대 클럽(연간 판매 대수 1만대 이상)에 가입했던 폭스바겐은 올해 1만대 판매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1만대 클럽은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연간 판매 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고 해서 특별한 인증이나 상패가 수여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한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폭스바겐의 최근 국내 판매 부진은 주력 차종인 SUV 판매 감소, 신차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폭스바겐의 국내 실적을 견인해 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은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 1374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모델의 국내 판매 대수는 2425대였다. 티구안보다 한 차급 낮은 소형 SUV 티록의 부재도 영향을 끼친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국내에서 1000대 이상 팔린 티록의 판매를 올해 중단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별다른 신차가 없다는 점도 폭스바겐의 최근 부진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폭스바겐은 올해 별도의 신차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상품성을 개선한 ID.4 연식변경 모델, 티구안 올스페이스 디젤 등을 내놨지만 판매 실적 개선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티구안 올스페이스, 골프, ID.4 등을 선보이며 2018년 국내 판매 재개 이후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소극적인 행보다.

지프 럭셔리 플래그십 SUV 그랜드 체로키 L. [사진 스텔란티스코리아]

오락가락 가격 정책 ‘독’ 됐나


정통 SUV의 시초로 불리며 SUV 라인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던 미국 자동차 지프도 최근 국내에서 고전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난 2021년 1만대 클럽 가입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7166대로 전년 대비 31.4% 감소한 판매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프의 국내 판매 실적은 올해 1~9월 누적 기준 3399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랭글러 라인업의 실적 악화가 직격탄이 된 모습이다. 이 모델의 올해 1~9월 누적 기준 판매 실적은 1008대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38.7% 감소한 실적이다.

연말까지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반등 요인이 딱히 없다. 판매 실적 개선을 이끌어 줄 분위기 반전용 신차 카드도 없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이 없다면 2년 연속 판매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프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당분간 외형 성장 대신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프의 최근 판매 부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정책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지난해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1년 사이 주력 차종의 가격이 최대 30%까지 올랐다. 일례로 주력 차종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가격은 6500만원선에서 8500만원선까지 인상됐다.

이후 판매 실적이 하락하자 재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5월부터 주요 차종의 가격을 최소 6.1%에서 최대 10.1%까지 인하했다. 불안한 세계 정세,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촉발된 가격 인상 요인이 일부 해소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 실적 하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프는 스텔란티스코리아의 가격 인상 이후 판매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스마트한 소비를 추구하며, 눈높이가 높은 편”이라면서 “독일 3사로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시장에서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잘 나갔다고 해서 안주하면 오늘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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