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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긴장감 도는 회사채 시장

[겹악재 마주한 회사채 시장] ①
고금리 장기화·이스라엘 전쟁…안전자산 선호 심리↑
SK텔레콤 등 신용등급 높은 우량채는 수요예측서 흥행
“초우량채 공급 이슈…크레딧물 시장 불안해질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공언하면서 시중 금리가 연일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적 위기가 겹치면서 최근 회사채보다는 국채를, 비우량채보다는 우량채를 선호하는 투자 심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77.2bp(1bp=0.01%p)를 기록했으나 20일 기준 80.5bp까지 확대됐다. 이날 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838%,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033%를 기록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전보다 위축된다.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크레딧물보다는 안전자산인 국고채 등의 선호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은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을 관망해왔다. 하지만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 시장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은 회피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은 지정학적 불안과 유가, 국채수익률 등락, 환율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크레딧 채권시장은 국고채의 금리가 높아져 캐리(이자이익) 매력이 좋아진 상태인 데다가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로 크레딧 수요가 위축되면서 크레딧 약세기조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동성이 떨어지는 크레딧에 대한 투자심리는 시장 변동성 진정이 충분히 확인된 뒤에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회사채 시장…비우량채보단 우량채 선호

최근 공모채 시장에서는 우량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외적 불안 요소로 인해 크레딧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채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AA+) ▲롯데칠성음료(AA) ▲SK텔레콤(AAA) ▲한국투자증권(AA) 등 AA급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이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과 발행에 잇따라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3일 3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사채는 2년물 800억원, 3년물 1200억원으로 구성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을 상환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 이상 청약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1일 3년물 1000억원 공모채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4300억원의 투자 수요를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경쟁률은 4.3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날 초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1400억원의 청약 주문을 받았다. SK텔레콤이 신고한 모집금액 2000억원의 5배를 넘는 금액이다. SK텔레콤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A' 최고 등급을 부여받았다.

한국투자증권(AA)도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 달성에 성공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총 1500억원의 회사채 모집에 23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120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1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올해 11월 만기 도래하는 연 6.9%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인해 회사채 투자 심리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김기명 연구원은 “국내 국채금리가 미국채 금리와 동조화 경향 보이면서 국고 3년 기준 4.1%, 국고 10년 4.3%대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미 국채에 연동해 다시 금리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국채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크레딧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채를 비롯해 공사채 발행도 재개되면서 전반적으로 초우량채 공급 이슈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은행채뿐만 아니라 예금도 많아서 시중 유동성이 은행으로 흡수되면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이 불안해질 수 있고, 초우량물 공급 대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크레딧물 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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