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치는 원달러 환율…심리적 마지노선 ‘1400원’ 위협
[킹달러 시대 재테크]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원달러 상승 압력↑
“강달러 및 유가 상승에 교역조건 악화 지속”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봤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앞으로 환율이 더 뛸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1350원대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나타났던 1400원을 넘는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국내 물가 불안정 확산과 물가에 대응한 고금리 기조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월 만에 1360원 뚫은 ‘강달러’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7일 1361원까지 오른 뒤 10월 17일 기준, 1350원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약 두 달 전인 7월 17일 1269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9%나 올랐다.
9월 26일에는 장중 1350원이 뚫렸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40.0원(2022년 9월28일)까지 치솟으며 시장에서 ‘킹달러’로 불렸다. 이런 현상이 1년 만에 재현되려는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과 함께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해 강달러 현상에 불이 붙은 바 있다.
이번 강달러 현상은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예고가 가장 큰 원인이 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르는 중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연준 위원은 금리를 1회 추가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 고물가와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연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수준에서 지속할 수 있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 상당 기간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적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의견은 최근까지 시장에서 형성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다’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으로, 상당 기간 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의견대로라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치인 현 2.00%p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금리 역전 현상이 길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 전쟁이 확대되면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유가 상승 겹쳐 물가 관리 어려움 가중
달러 강세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경제 전반은 높은 물가와 고금리로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에 영향을 줘 국내 물가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은행 입장에서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현 금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 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는 139.67로 8월(135.68)보다 2.9% 높아졌다. 전월 대비 수입 물가지수는 7월(0.2%) 상승으로 전환한 후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입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8월 평균 86.46달러(두바이유·배럴당)에서 9월 93.25달러로 7.9% 상승했고, 9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29.47원으로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의 3.4%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한은은 기존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기존 전망을 벗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 무역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도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와 고금리·고물가로 기업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가 간의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와 미 달러화의 동반 강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강달러로 대외채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경상수지마저도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장기화 혹은 확전 우려 등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시키면서 달러 강세 압력을 높였다”며 “원달러 환율 추이는 유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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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1350원대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나타났던 1400원을 넘는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국내 물가 불안정 확산과 물가에 대응한 고금리 기조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월 만에 1360원 뚫은 ‘강달러’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7일 1361원까지 오른 뒤 10월 17일 기준, 1350원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약 두 달 전인 7월 17일 1269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9%나 올랐다.
9월 26일에는 장중 1350원이 뚫렸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40.0원(2022년 9월28일)까지 치솟으며 시장에서 ‘킹달러’로 불렸다. 이런 현상이 1년 만에 재현되려는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과 함께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해 강달러 현상에 불이 붙은 바 있다.
이번 강달러 현상은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예고가 가장 큰 원인이 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르는 중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연준 위원은 금리를 1회 추가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 고물가와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연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수준에서 지속할 수 있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 상당 기간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적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의견은 최근까지 시장에서 형성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다’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으로, 상당 기간 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의견대로라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치인 현 2.00%p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금리 역전 현상이 길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 전쟁이 확대되면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유가 상승 겹쳐 물가 관리 어려움 가중
달러 강세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경제 전반은 높은 물가와 고금리로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에 영향을 줘 국내 물가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은행 입장에서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현 금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 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는 139.67로 8월(135.68)보다 2.9% 높아졌다. 전월 대비 수입 물가지수는 7월(0.2%) 상승으로 전환한 후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입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8월 평균 86.46달러(두바이유·배럴당)에서 9월 93.25달러로 7.9% 상승했고, 9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29.47원으로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의 3.4%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한은은 기존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기존 전망을 벗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 무역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도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와 고금리·고물가로 기업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가 간의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와 미 달러화의 동반 강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강달러로 대외채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경상수지마저도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장기화 혹은 확전 우려 등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시키면서 달러 강세 압력을 높였다”며 “원달러 환율 추이는 유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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