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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셋값 상승에 고개 들던 갭투자, 고금리에 시들

[역전세난 ‘기우’일까] ①
7~9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매매값 상승률 추월
경기 화성‧평택‧시흥 갭투자 거래 증가→감소세로

9월 17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일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였지만, 대출금리 인상에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오르며 상승세를 보인다. 전세대출 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월세가격이 오르자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은 회복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아파트값 저점 인식에 갭투자 꿈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상반기만해도 3월 2.02%, 4월 0.94%, 5월 0.23% 각각 내리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후 6월 보합(0%)에서 7월부터 0.22% 상승세로 돌아섰고, 8월 0.53%, 9월 0.91%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도 6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전세 시장 오름세보다는 약한 움직임을 보였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5월 0.10% 하락에서 6월 0.10% 상승 전환한 뒤 7월은 0.26%, 8월은 0.4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수도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줄자 갭투자 거래도 반짝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1억원 미만에 불과해 자금 부담이 크지 않고 다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수요자들 사이에 번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올해 7~9월 3개월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를 매매한 뒤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목적으로 전월세를 놓은 계약이 가장 많았던 시‧군‧구는 경기 화성시였다. 경기 화성시는 전체 매매 거래 2504건 가운데 110건(4.39%)이 갭투자 거래였다. 

이어 인천 연수구는 1445건 가운데 80건(5.54%)이, 수원 영통구는 1244건 가운데 84건(6.75%), 세종시는 1049건 가운데 67건(6.39%)이 갭투자 방식으로 매매 계약됐다.

읍‧면‧동 기준으로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48건)과 경기 김포시 장기동(24건)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송파구(63건), 노원구(57건), 강동구(53건), 영등포구(39건), 은평구(36건) 순으로 갭투자 건수가 많았다.

하지만 성행 조짐을 보이던 갭투자는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한 것과 함께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가격부담이 커져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최근 상단이 7%대를 돌파했다. 지난 4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로 최근 하단이 4%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대출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담대 금리 상단 7%대 넘자 갭투자 감소

특히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정도로 하락세가 거세다. 올해 7월 11%에서 8월 7%로 떨어진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은 9월에 4%로 내려왔다.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비율이 많이 떨어졌다.

노원구 갭투자 비율은 7월 10%에서 8월 5%, 9월 3%로 주저 앉았다. 도봉구도 7월 8%에서 8월 8%로 비슷한 갭투자 비율을 보였지만 9월에는 4%로 떨어졌다. 강북구도 7월 9%를 기록했지만 8월 3%로 내린 뒤 9월에는 0%를 기록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마포구는 7월 17%, 8월 11%에서 9월 2%로 떨어졌고, 용산구도 7월 15%를 기록한 뒤로 8월 6%, 9월 7%로 내려갔다. 성동구 역시 7월 15%에서 8월 8%, 9월 3%로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전국에서 가장 갭투자 비율이 높았던 세종시(9%)도 9월에는 2%로 하락했다. 화성시도 반도체 생산공장 호재가 반영되면서 7월 7%의 갭투자 비율을 보였지만, 8월에는 3%, 9월에도 2%로 주저앉았다. 평택시 또한 7월 7%를 기록한 뒤 8월 4%, 9월 1%로 급락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든 만큼 저렴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갭투자 심리가 살아났지만, 대출이 막히고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다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갭투자는 일반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증가한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반영되면서 갭투자가 늘어난 것인데 대출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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