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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너도나도 해외 진출…신한 ‘1위’·KB ‘약진’

[해외 나가는 은행들]② 4대 은행 해외 순익 연간 ‘1조’ 눈앞
1위 신한은행, 베트남서 1160억원 벌어
당국도 동남아 방문해 ‘K금융’ 세일즈

국내 4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공들여온 금융영토 확장 노력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빠르게 증가해 연간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동남아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KB국민은행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4대 은행 해외 순이익…반기 만에 ‘6044억원’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총 604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0%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실적이 나올 경우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1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6조8500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이에 4대 시중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1년 동안 2.2%p 높아졌다.

현재와 같은 모습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을 전망이다. 


은행 별로 신한은행의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이 올 상반기 2600억2000만원으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9% 증가했다. 이어 ▲우리은행 1526억8000만원(9.7% 증가) ▲KB국민은행 1139억9000만원(166.8%) ▲하나은행 777억7000만원(72.6%) 순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베트남은행에서만 1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일본 거점의 SBJ은행도 6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해외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 302억원, 신한카자흐스탄은행 226억원 등으로 동남아 지역 외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해 일부 지역에 집중해 나타나는 지역적 리스크를 줄였다.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 약진도 주목한다. 1년 만에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을 2배 이상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KB국민은행의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의 27%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4%까지 쫓아왔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KB부코핀 은행에서 지난 3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부코핀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경우 국내 은행의 해외 실적 순위는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는 “2025년에 KB부코핀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문제가 있는 대출자들의 여신을 정상 취급했는데 내년부터 이 제도가 종료된다. 내년에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잘 운영해왔다. 그만큼 다른 은행보다 현지화 전략에 더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해외 진출 국가는 현재 24개국에 달한다. 466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 등 3개국 법인에 집중한 결과, 해당 지역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전체 해외 수익의 43%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나라에 진출했다. 6월 말 기준으로 25개국, 211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동북3성 등을 주요 진출 지역으로 삼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디지털뱅킹 플랫폼인 ‘라인뱅크’를 출시하며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 전략에서 앞서고 있다. 

당국도 규제 완화…해외 진출서 ‘한목소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원장이 지난 9월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엔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소속 해외 현지 법인에 대한 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신용공여비율을 자기자본의 10%에서 20%까지 풀어주기로 했다. 

현재 이 규정에 따라 금융그룹 자회사 간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비율 10% 이내로 묶여 있다. 위험 전이를 막기 위한 것인데, 해당 규제로 인해 해외 법인들은 해외 진출 초기에 신용도 미흡, 담보 부족 등으로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은행과 금융그룹 자회사들이 해외에서 비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선 방안도 내놨다. 일종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로 볼 수 있다. 이는 해외 지역에서 국내 은행들이 현지 은행이나 일본계 은행과 경쟁에 밀리고 있어 영업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규제 완화 외에도 당국이 직접 국내 은행이 진출한 지역에 방문해 ‘K금융’ 세일즈도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홍콩 등을 방문했다. 

이 지역은 국내 금융사의 전체 해외점포(488개) 중 24%가 자리 잡은 곳이다. 당국은 해당 지역 당국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현지 영업장의 어려움을 듣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소영 부위원장은 “한국 금융사들은 실물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높은 성장잠재력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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