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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내기 두렵다” 횡재세에 짓눌린 은행권

[커지는 횡재세 논란]② 정치권 ‘횡재세’ 통해 이익 규제 나서
은행권 “경제 저성장 정도에서 은행도 성장해야 비판 없을 것 같다”
상생 강조한 당국, 횡재세엔 비판적 “거위 배 가르자는 것”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있는 자동화 기기 앞을 시민 한 명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앞으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정도에서만 은행 이익이 증가해야 비판이 없을 것 같다.”

올해 GDP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에 빗대 한 은행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권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자 은행도 저성장을 해야 더는 이런 논란이 없을 것이란 푸념인 셈이다. 

‘과세 형평성 논란’ 등 횡재세 부정적 영향↑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횡재세 도입 목소리가 커진다. 은행권 초과이익에 세금을 매기자는 얘기다. 올해 은행권이 거둔 이익에 세금을 매기면 거둬들일 수 있는 횡재세 규모는 약 2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 23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횡재세) 기금출연 규모가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면, 상반기 이자순수익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 기준으로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자칫 은행 산업이 ‘규제 산업’을 넘어 ‘제약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횡재세가 이익에 조건을 붙여 제약하는 성격을 가졌을 뿐 아니라 거센 비판에 따라 직원들의 성장 동력까지 잃게 할 수 있어서다.  

은행업계는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횡재세가 거론됐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연구원은 지난해 9월 ‘횡재세, 국내도 도입될까?’ 자료를 통해 횡재세 도입의 장단점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횡재세 도입 장점으로 세금 부과를 통한 양극화 완화, 사회 통합 두 가지를 거론했다. 하지만 단점으로 ▲손실 보전 없이 이익에만 세금 부과하는 ‘과세 형평성 훼손’ ▲‘투자 심리’ 저하 ▲소비자에 ‘가격 부담’ 전가 ▲은행, 정유사에만 부과하는 ‘형평성 논란’ 등 역효과를 더 많이 제시했다. 

하나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권은 금리, 수수료 등 전반에 규제 강도가 높아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라고도 밝혔다. 당기순이익만 보면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규제에 따른 비용까지 따진 수익성 면에서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올 3분기 누적으로 1년 전보다 8.9% 증가했다. 이 정도 수준의 실적 증가는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폭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 실적은 3분기만 놓고 보면 전 분기 대비 23.9%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10.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p 하락했다. 대출 자산이 늘었지만 대손충당금이 크게 증가했고, 지점과 인력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ROE는 은행이나 기업이 자본을 활용해 1년 동안 얼마나 당기순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ROE가 낮으면 그만큼 영업력이 떨어졌거나, 업황 자체가 불황이라고 본다.

반면 미국의 상업은행인 웰스파고의 ROE는 올 3분기 13.3%로 전 분기보다 5.1%p 개선됐고, 뱅크오브아메리카 ROE는 11.2%로 같은 기간 0.4%p 높아졌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자이익만 따지는 횡재세 도입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3월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국내 시중은행은 다른 국제 금융기관에 비해 사회공헌 비율이 훨씬 높다는 반론도 있다”고 밝혔다.  

횡재세, 은행권 전반에 영향 미친다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서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연합뉴스]
또한 은행권에서는 횡재세 논란이 희망퇴직금에 영향을 주는 등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큰 규모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제공하면 ‘국민 정서’를 이유로 또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해 지급한 1인당 희망퇴직금은 평균 3억5548억원이다. 은행권에선 디지털금융 전환으로 고임금 인력을 줄이고 IT와 글로벌 전문성을 갖춘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희망퇴직금 감소로 나가려는 사람이 줄면 장기적으로 인력조정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횡재세에 대해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고 일률적이며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라며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횡재세 도입보다 상생금융을 더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당국이 실시하려는 상생금융 규모도 횡재세에 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20일 ‘횡재세 2조원’과 관련한 질문에 “국회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바라고 있다는 것을 지주사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횡재세 관련 법안들이 있는데 국회에서 원하는 수준을 감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름만 달리했을 뿐 2조원에 맞춘 상생안을 은행이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출 원금 감면까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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