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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비상 걸린 증권가…‘63년 토끼띠’ 시대 저문다

[흔들리는 여의도]②
임기 만료 앞둔 CEO 다수가 '63년생 토끼띠'
‘내부 통제 미비’로 인한 당국 제제로 수장 거취 불투명
토끼띠 박정림 KB증권·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중징계’ 결론

노을지는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게이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저무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선 토끼띠 수장들의 시대도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올 초 업계에서는 토끼띠 특성상 최고경영자(CEO)들이 특유의 통찰력으로 주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유독 힘든 한해를 보내며 증권사 수장들의 어깨도 무거웠다. 

특히 올해는 주가조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증권가 악재가 잇달으며 ‘내부통제 미비’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실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증권사 CEO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사실상 연임이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내년 3월에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 주요 증권사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최근 증권사 사장단 세대교체 분위기가 한창인 만큼 이들의 거취도 안심할 수 없다. 대부분 연임으로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 인사를 단행한 증권사들은 변화를 택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사고에 연루돼 있는 곳의 수장들은 좌불안석이다. 금융 당국이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펀드 판매사로서의 책임을 물어 11월 29일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박 대표와 정 대표에 대해 각각 ‘직무 정지’(3개월), ‘문책 경고’ 처분을 확정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경우 ‘주의적 경고’로 결론 났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이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감독원에서 결정한 제재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돼야 법적 효력이 발생된다.

‘내부통제’ 도마위…중징계 받은 수장들 거취 불분명 

이번 중징계 결정은 금감원 제재심 결정이 내려진 지 3년 여만에 나온 당국의 최종 결론이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박 대표와 양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또 2021년 3월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는 정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았다. 사모펀드 상품을 심의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기가 곧 끝나는 박 대표와 정 대표는 중징계로 인해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박 대표와 정 대표는 1963년생 토끼다. 박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김성현 대표와 각자대표체제로 KB증권을 이끌어 왔다. 정 대표는 기업금융(IB)사업부 담담 임원을 13년간 역임한 후 지난 2018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직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최장수 토끼띠 수장인 김신 SK증권 사장의 연임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3월 SK증권 CEO에 선임됐다. 2017년과 2020년 모두 연임에 성공했고,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서 1년의 임기가 추가됐다. 현업에 오래 머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SK증권을 안정적으로 키워온 게 장수 CEO비결로 꼽힌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SK증권은 신탁 상품 판매 후 채권 돌려막기를 하다가 대규모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투자 자산 평가손실과 환매 연기에 대한 합의금 명목으로 100억원대 자금을 지급했는데, 현행 자본시장법상 위법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PF 사업 관련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PF ‘꺾기’ 의혹이 불거지며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관련 임원들이 대거 교체됐다. 투자금융총괄 사장이 자녀가 근무하던 흥국증권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올해 국내 증권사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증권도 변화를 택했다. 63년생 토끼띠인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퇴진하다. 삼성증권은 새롭게 회사를 이끌 수장으로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이달 1일 내정했다. 

6년간 삼성증권을 이끌어 온 장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증권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5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다 부동산 PF 등 리스크 관리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하지만 불확실한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이번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인사에서 수장들이 대거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표들도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은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임기(2년)가 내년 3월까지인데 경영을 안정적으로 잘 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경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년 임기가 다음 달 말 끝나지만 올해부터 단일 대표를 맡은 만큼 임기가 길지 않았다. 또한 젠투·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관련 사적 화해에 따른 충당부채 적립으로 3분기 적자가 난 것 외에는 올해 실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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