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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강 캡스톤 대표 "익숙한 단어 '실패', 이를 통해 또 배운다"[이코노 인터뷰]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100건 투자하면 15건은 망하지만 배울 기회
초기투자, 모든게 리스크…당근마켓은 달랐나
‘인공지능 리터러시’ 보유한 기업가에 눈길
코스닥 일원 돼 기뻐…내년 대형펀드 결성 목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11월30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 4층에 위치한 사무실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초기기업에 100건을 투자하면 15건은 망하죠. 하지만 이런 실패 사례들이 더 안타깝고 기억에 남네요.”

15년차 벤처캐피탈(VC) 대표에게도 ‘실패’는 언제나 익숙한 단어다. 지난 11월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마루180에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얻은 투자 철학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익숙한 ‘실패’…초기기업 투자는 모든게 리스크

송은강 대표는 캡스톤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다. 송 대표는 지난 2008년 황태철 부사장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송 대표는 당시 황 부사장을 만나 함께하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이후 2014년 4월부터는 창업보육센터 ‘마루’에 둥지를 틀고 끊임없이 달려왔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 장소의 특별한 구조도 눈길을 끈다. 캡스톤파트너스의 반대편 사무실에는 여러 곳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옹기종기 모여있다.

송 대표는 “스타트업을 꾸려가는 열정있는 친구들에게 늘 둘러싸여 같이 일하는 것이 좋다”며 “오랜 세월이 지나면 마루에 입주한 순간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잘 맞는 동료와 공간을 만난 송 대표는 그간 약 300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기업에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당근마켓, 직방 등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도 주목 받았다.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으로 키워낸 VC 대표에게도 ‘실패’는 너무 익숙한 단어라고 한다. 

송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픈 기억도 많다”면서 “늘 사람은 실수나 실패를 통해 배우고, 캡스톤파트너스도 실수와 실패가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예를 들어 초기투자 100건 중에선 15건은 말 그대로 ‘망한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또 나머지 15건의 투자 기업은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좀비’ 같은 기업이 된다. 100건의 투자 중 40%가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고, 단 3건이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구조다.

송 대표는 “모든 회사가 다 성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잘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벤처캐피탈협회와 함께 벤처 창업자들의 심리를 보살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다른 VC보다 월등히 높다. 전체 172개 포트폴리오 중 약 75%가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한 사례다. 이에 투자 가치 판단을 내릴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 대표는 “투자할 때에는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없는 단계가 많다”면서 “사실 기업에 대해 살펴볼 게 없고 전부 다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미래에 잘 될 것이라기보다는 현재 실행력이 좋고, 고객에 충실하는 등의 모습이 보이면 거듭 투자한다”고 말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당근마켓과 직방의 모든 투자 라운드에 들어갔다. 현재는 유니콘 기업인 당근마켓의 경우 ‘떡잎’부터 남달랐을까.

송 대표는 “초기에는 그 회사가 성공할지 알 수 없지만, 당근마켓은 처음 투자한 이후에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근마켓은 여태까지 본 회사 중 가장 효율적인 회사였다”며 “고객 확보 비용이 처음에는 몇 천 원 수준이었는데 이를 빠르게 1000원 미만으로 낮췄고 학습 속도도 빨라 믿음이 계속 커진 회사”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성공과 실패의 투자 경험을 하면서 ‘뉴칼라 창업자’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세웠다. 송 대표가 말하는 뉴칼라 창업자란 세상의 변화를 읽고 변화에서 기회를 찾아 혁신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리터러시가 있는 기업가와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현재 AI 분야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면서 “AI 리터러시와 챗GPT 리터러시는 필수이고, 이걸 못하면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변화의 시기에 기회가 있다”며 “기회를 먼저 찾아서 고객에게 달려가는 사람이 성공하고, 이렇게 성장한 회사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30일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마루180 4층 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의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IPO 성공한 올해…내년도 달린다

지난 11월 15일 캡스톤파트너스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송 대표는 당시 상장일을 떠올리며 “큰 감동이었다”고 말한다.

송 대표는 “회사를 처음 설립했을 때 IPO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코스닥 시장이 기술성 상장 등의 제도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코스닥의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IPO 이후 하루 아침에 달라진 것은 없지만, IPO를 경험한 덕분에 투자 기업들 중에 IPO를 계획하는 회사가 있다면 좀 더 생생하게 조언해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VC 종목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송 대표는 “올해 말부터 시가의 1% 배당을 목표로 한다”면서 “나중에는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엑시트(투자회수)할 기업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송 대표는 엑시트 시점에 대해 “당근마켓이나 직방이 상장을 하는 시점을 엑시트 기회로 염두에 두고 상장까지는 기다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송 대표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지냄’ ‘고피자’ 등 영향력 있는 수준의 투자를 한 회사들이 잘 자라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면 그 수익을 다시 주주들에게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캡스톤파트너스의 내년 목표는 펀드 결성과 함께 회수까지 잘 해내는 것이다. 송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펀드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고, 두 번째는 펀드를 잘 회수하는게 목표”라면서 “내년에는 대형펀드 결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벤처투자 혹한기에 정부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어려울 때 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오픈 마인드로 벤처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 등의 활동을 확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혹한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혹한기는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혹한기 이후에 늘 ‘벤처붐’이 왔고, 현재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좋은 기회로 여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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