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판박이?…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설 나오는 이유
공개매수 첫날부터 주가 고공행진
하이브 공개매수 때 개인 4주 응찰 그쳐
금융당국 예의주시…‘우군’ 추가등판 난항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장남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 운용사(PE)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개매수가(2만원) 위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등하면서 소액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두고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과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공개매수에 최종 실패했는데, 경쟁 상대였던 카카오 측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 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주가 추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000240)는 전거래일 대비 1.81%(400원) 오른 2만2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만5420원에 출발한 주가는 지난 7일 장중 2만3750원까지 상승하며 54.02%(8330원) 급등했다. 연초(1만3900원) 대비 상승률은 70.86%(9850원)에 달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고문은 지난 5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PE)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최대 27.32%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문제는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2만원 위로 오르면서 공개매수의 이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5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했는데, 공개매수 시작 첫날부터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로 올라버렸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 보다는 시장가로 장내매도하는 게 가격 메리트가 더 높아진 셈이다.
공개매수 시 내야 하는 양도세 부담도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은 매각 차익의 22%다. 매매가의 0.35%인 증권거래세는 별도다. 별도의 양도세 부담이 없는 기관 투자자와는 다르다. 공개매수는 온라인이 아닌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을 내방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도 불편한 요소다.
hy, 한국앤컴퍼니 지분 대량매집…‘우군’ 등판
주목할 점은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 개시 직후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대량 매집했다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타법인은 KB증권과 JP모건 창구를 중심으로 한국앤컴퍼니 주식 47억69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특히 KB증권 창구에서만 97만5492주(약 216억원) 매수 주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hy 관계자는 “5일 지분은 우리가 매입한 것이 맞다”며 “고배당주라는 판단으로 진행된 단순 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hy 측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매입이 단순 고배당주 투자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hy의 윤호중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서울 성북구 성신초등학교 동창으로 40년 지기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윤 회장은 지난 2021년 한국앤컴퍼니의 ‘1차 형제의 난’에서 한국앤컴퍼니 주식 160억원 어치를 매입하며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올해 초 하이브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하이브 역시 공개매수 개시 4거래일만에 공개매수가(12만원) 위로 주가가 올랐고 공개매수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반등했다. 결국 공개매수에 응찰한 개인 지분은 단 4주에 그쳤고,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최종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며 상황은 역전됐다. 당시 SM엔터 인수를 진두지휘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전 의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 경영진에 더해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SM엔터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한국앤컴퍼니 주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hy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입에 대해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시세 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이 주가 조종 가능성을 초반부터 제기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우군들의 등판에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측 우군으로는 hy 뿐 아니라 극동유화, 고려아연, 범(凡) 효성가 등이 거론된다. 조 고문 측에선 MBK파트너스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부재훈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지난 8일 형 조현식 고문과 그의 자녀 조재형·재완, 누나 조희원씨를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한다고 공시했다. 특별관계자는 친인척이나 30% 이상 출자법인 등 특수관계인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공동보유자를 의미한다. 통상 특별관계자는 각자 보유한 지분을 합해 경영권을 함께 행사하지만,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면서 특별관계자 관계를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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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을 두고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과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공개매수에 최종 실패했는데, 경쟁 상대였던 카카오 측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 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주가 추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000240)는 전거래일 대비 1.81%(400원) 오른 2만2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만5420원에 출발한 주가는 지난 7일 장중 2만3750원까지 상승하며 54.02%(8330원) 급등했다. 연초(1만3900원) 대비 상승률은 70.86%(9850원)에 달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고문은 지난 5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PE)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최대 27.32%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문제는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2만원 위로 오르면서 공개매수의 이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5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했는데, 공개매수 시작 첫날부터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로 올라버렸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 보다는 시장가로 장내매도하는 게 가격 메리트가 더 높아진 셈이다.
공개매수 시 내야 하는 양도세 부담도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은 매각 차익의 22%다. 매매가의 0.35%인 증권거래세는 별도다. 별도의 양도세 부담이 없는 기관 투자자와는 다르다. 공개매수는 온라인이 아닌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을 내방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도 불편한 요소다.
hy, 한국앤컴퍼니 지분 대량매집…‘우군’ 등판
주목할 점은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 개시 직후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대량 매집했다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타법인은 KB증권과 JP모건 창구를 중심으로 한국앤컴퍼니 주식 47억69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특히 KB증권 창구에서만 97만5492주(약 216억원) 매수 주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hy 관계자는 “5일 지분은 우리가 매입한 것이 맞다”며 “고배당주라는 판단으로 진행된 단순 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hy 측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매입이 단순 고배당주 투자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hy의 윤호중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서울 성북구 성신초등학교 동창으로 40년 지기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윤 회장은 지난 2021년 한국앤컴퍼니의 ‘1차 형제의 난’에서 한국앤컴퍼니 주식 160억원 어치를 매입하며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올해 초 하이브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하이브 역시 공개매수 개시 4거래일만에 공개매수가(12만원) 위로 주가가 올랐고 공개매수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반등했다. 결국 공개매수에 응찰한 개인 지분은 단 4주에 그쳤고,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최종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며 상황은 역전됐다. 당시 SM엔터 인수를 진두지휘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전 의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 경영진에 더해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SM엔터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한국앤컴퍼니 주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hy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입에 대해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시세 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이 주가 조종 가능성을 초반부터 제기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우군들의 등판에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측 우군으로는 hy 뿐 아니라 극동유화, 고려아연, 범(凡) 효성가 등이 거론된다. 조 고문 측에선 MBK파트너스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부재훈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지난 8일 형 조현식 고문과 그의 자녀 조재형·재완, 누나 조희원씨를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한다고 공시했다. 특별관계자는 친인척이나 30% 이상 출자법인 등 특수관계인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공동보유자를 의미한다. 통상 특별관계자는 각자 보유한 지분을 합해 경영권을 함께 행사하지만,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면서 특별관계자 관계를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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