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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종말 [한세희 테크&라이프]

‘이용은 무료로, 수익은 광고로’ 모델의 변화…상품화된 개인정보
메타, 페북·인스타 유료 구독제 도입…‘관계’보단 알고리즘 중요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얼마 전 소셜미디어(SNS) 이용 행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눈에 띄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등 연구진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인터뷰해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사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노스탤지어’(Nostalgia·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를 느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으니, 오랜 세월 소셜미디어를 쓰며 함께 나이 들어간 사용자도 많아졌다. 이들에겐 소셜미디어가 삶의 추억이 쌓인 일기장이나 앨범에 가깝다. 과거의 추억들을 오늘 돌아보며 당시 가족·친구와의 만남이나 대화, 즐거운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과거 같은 날짜에 올린 게시물들을 보여주는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같은 기능들은 사용자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역시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지만, 과거 소셜미디어 초창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소셜미디어와 맞물린 그때, 우리는 친구를 만나 점심 먹으며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쉼 없이 사진을 올렸다. 자기 생각을 쓰고, 정보를 공유했다.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 노심초사했다.

소셜미디어 성공 공식, 여전히 유효한가?

이제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참여하는 사람은 잘 없는 듯하다. 기업이나 브랜드·인플루언서가 타임라인을 채우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친구 간 교류의 장에서 개인 맞춤화된 콘텐츠를 보며 ‘고인물’ 사용자가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곳으로 변모했다.

바뀐 것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비즈니스 모델이나 운영 방법도 변화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속 성장하던 시기 확립된 소셜미디어의 규칙들이 대부분 도전받고 있다. 규모만큼 영향력은 커졌지만, 부작용을 해결할 묘안은 좀처럼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주가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게 하며 성장했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각 참여자가 누리는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핵심 성공 공식이다. 사람들이 네트워크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몰리기에 승자 독식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이용은 무료로, 수익은 광고로’라는 모델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해 교류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자신이 ‘상품’이 되어 개인정보를 플랫폼 기업과 광고주에게 넘기고, 이런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알고리즘에 휘둘려 양극화와 확증 편향, 가짜뉴스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소셜미디어는 당연히 무료?

‘소셜미디어는 무료’라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11월 유럽에서 이 2개 서비스에 대한 유료 구독제를 도입했다. 유럽 거주자는 웹사이트 기준 월 9.99유로(약 1만4000원), 모바일 앱 기준 12.99유로(약 1만8400원)의 구독료를 내고 광고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유료 구독자의 데이터는 광고에 활용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의 가격이 대략 월 1만4000원에서 1만8500원 사이인 셈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 광고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메타는 올해 초 EU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을 이유로 4억 유로(약 5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데이터가 수집되길 원하지 않는 사용자를 위한 대체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메타는 지난 11월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한 유료 구독제를 도입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후 트위터에서 이름을 바꾼 X 역시 유료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계정을 인증하는 파란 마크를 붙여주고, 게시물 수정과 2만5000자 이상 긴 글 게시도 가능한 유료 모델 ‘X 프리미엄’을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가격은 한국 기준 월 3만3000원이다. 타임라인에 추천 광고를 안 띄우고,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해 준다. X 자체 AI 모델 ‘그록’ 사용과 수익 배분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하다.

모든 사용자에게 소액의 사용료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X 프리미엄이 광고에서 구독료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스팸 메시지를 쏟아내는 ‘봇’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10월 뉴질랜드와 필리핀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신규 가입하는 계정에 연간 1달러를 부과하는 ‘봇 아님’(Not A Bot)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광고 사업이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되고 플랫폼 영향력을 악용하려는 스팸 봇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기존 소셜미디어 운용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소셜미디어는 이제 초개인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게다가 사용자 간 친구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만으로 운용되는 틱톡이 서구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면서 메타와 구글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에 비슷한 방식의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인 ‘릴스’와 ‘쇼츠’를 강화하고 있다.

친구 간 활발하고 사적인 대화가 줄어들고, AI 알고리즘의 역할이 커지면서 소셜미디어는 개인 관심사에 따라 맞춤 콘텐츠를 보여주는 초개인화 미디어로 성격이 변모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성격도, 운영 방식이나 비즈니스 모델도, 사용자의 사용 방식도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와는 달라진 셈이다. 과거와 같은 느낌의 사적 교류는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으로 이동했다.

페이스북과 함께 나이 들어간 중년들이 페이스북을 지키는 동안 자녀 세대는 기성세대를 피해 인스타그램·틱톡·스냅챗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서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청소년의 93%가 유튜브를, 63%가 틱톡을, 60%가 스냅챗을 쓰는 반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33%에 그쳤다. 유튜브·틱톡·스냅챗은 전통적 소셜미디어라 하기보다는 맞춤형 엔터테인먼트나 메시징 서비스에 가깝다.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정말 막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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