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플래그십=실패’ 공식...전기차도 별수 없네[백카(CAR)사전]
브랜드 첫 번째 플래그십 전기 SUV EV9 흥행 실패
플래그십 세단 K9 역시 상품성 개선에도 판매 저조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기아의 플래그십 잔혹사(혹독하고 잔인한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브랜드 첫 번째 플래그십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이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이다. 기아가 이달 재고 소진 목적으로 대규모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이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 출시 전 사전예약에서 대박 조짐을 보인 EV9의 이 같은 흥행 참패는 의외다.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과거에도 실패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은 함대의 선두를 지휘하는 기함을 뜻하는 용어다. 시장에서는 최상급, 최고급 기종을 지칭할 때 플래그십이라는 용어를 쓴다. 쉽게 말해 다양한 제품군 중 가장 비싼 모델이라는 얘기다.
2023년 12월. 자동차 업계는 기아 EV9의 흥행 실패로 시끄럽다. 이 모델은 지난 5월 진행된 사전예약에서 8일 만(영업일수 기준)에 1만367대의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가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랐다. 출고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894대, 총 5364대 팔린 것이 전부였다. 기아 측이 밝힌 EV9 사전예약 대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EV9의 높은 판매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기아가 책정한 EV9의 기본 판매 가격은 7000만원 후반에서 8000만원 후반이다. 여기에 옵션 사양이 추가되면 가격은 1억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와 유사한 가격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EV9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컸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기아가 이달 최대 2600만원(보조금 포함)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시하자, EV9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십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최소 100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EV9을 구매했다는 인증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아 플래그십 전략의 실패다. 브랜드가 아무리 플래그십을 강조하며 높은 가격을 책정해도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이 있다는 얘기다.
기아의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도 플래그십 모델의 실패 사례가 있었다. 기아는 지난 2021년 첨단·고급 사양을 더한 플래그십 세단 더 뉴 K9을 출시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5000만원 중반에서 7000만원 중후반대였다. 이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 유사한 가격이다.
더 뉴 K9의 판매 실적 흐름을 보면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출시 첫 해 6205대(구형 포함)가 팔렸다. 지난해에는 6585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더 뉴 K9 출시 이전과 비교하면 기대 이하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K9의 판매 실적은 각각 1만1843대, 1만878대, 7831대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1~11월 더 뉴 K9의 판매 실적은 3675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6% 감소한 수치다. 그 사이 가격 부담은 더 높아졌다. 더 뉴 K9의 올해 기본 판매 가격은 5000만원 후반에서 8000만원 중반 수준이다. 선택 옵션을 더하면 구매 가격은 약 9000만원까지 치솟는다.
K9보다 한 차급 아래이긴 하지만 같은 플래그십라는 점에서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그랜저와 가격 격차가 상당하다. 그랜저의 기본 판매 가격은 3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으로 형성돼 있다. 옵션 사양을 추가해도 6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 모델은 올들어 11월까지 10만4652대가 팔렸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와 기아는 대중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EV9의 경우 회사와 소비자가 원했던 가격대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별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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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기아의 플래그십 잔혹사(혹독하고 잔인한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브랜드 첫 번째 플래그십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이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이다. 기아가 이달 재고 소진 목적으로 대규모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이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 출시 전 사전예약에서 대박 조짐을 보인 EV9의 이 같은 흥행 참패는 의외다.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과거에도 실패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은 함대의 선두를 지휘하는 기함을 뜻하는 용어다. 시장에서는 최상급, 최고급 기종을 지칭할 때 플래그십이라는 용어를 쓴다. 쉽게 말해 다양한 제품군 중 가장 비싼 모델이라는 얘기다.
2023년 12월. 자동차 업계는 기아 EV9의 흥행 실패로 시끄럽다. 이 모델은 지난 5월 진행된 사전예약에서 8일 만(영업일수 기준)에 1만367대의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가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랐다. 출고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894대, 총 5364대 팔린 것이 전부였다. 기아 측이 밝힌 EV9 사전예약 대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EV9의 높은 판매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기아가 책정한 EV9의 기본 판매 가격은 7000만원 후반에서 8000만원 후반이다. 여기에 옵션 사양이 추가되면 가격은 1억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와 유사한 가격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EV9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컸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기아가 이달 최대 2600만원(보조금 포함)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시하자, EV9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십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최소 100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EV9을 구매했다는 인증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아 플래그십 전략의 실패다. 브랜드가 아무리 플래그십을 강조하며 높은 가격을 책정해도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이 있다는 얘기다.
기아의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도 플래그십 모델의 실패 사례가 있었다. 기아는 지난 2021년 첨단·고급 사양을 더한 플래그십 세단 더 뉴 K9을 출시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5000만원 중반에서 7000만원 중후반대였다. 이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 유사한 가격이다.
더 뉴 K9의 판매 실적 흐름을 보면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출시 첫 해 6205대(구형 포함)가 팔렸다. 지난해에는 6585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더 뉴 K9 출시 이전과 비교하면 기대 이하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K9의 판매 실적은 각각 1만1843대, 1만878대, 7831대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1~11월 더 뉴 K9의 판매 실적은 3675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6% 감소한 수치다. 그 사이 가격 부담은 더 높아졌다. 더 뉴 K9의 올해 기본 판매 가격은 5000만원 후반에서 8000만원 중반 수준이다. 선택 옵션을 더하면 구매 가격은 약 9000만원까지 치솟는다.
K9보다 한 차급 아래이긴 하지만 같은 플래그십라는 점에서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그랜저와 가격 격차가 상당하다. 그랜저의 기본 판매 가격은 3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으로 형성돼 있다. 옵션 사양을 추가해도 6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 모델은 올들어 11월까지 10만4652대가 팔렸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와 기아는 대중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EV9의 경우 회사와 소비자가 원했던 가격대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별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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