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했다’…은행권 ‘다사다난’
[2023 금융 결산-은행]①
尹대통령 필두 은행권 비판 거세져
고금리 속 최대 실적 갈아치워, 이자이익만 44兆 달성
사모펀드 책임론 나오자 금융그룹 CEO 대거 교체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올해 은행권에서는 관치와 횡령 논란이 커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은행들은 이익을 내면 낼수록 ‘부당이익’을 낸 것처럼 비난을 받았다. 고금리로 서민의 이자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이로 인해 역대급 상생금융안이 마련됐다. 횡령과 직원 일탈도 발생했다. 내부통제 책임론에 휩싸인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거 교체됐다.
尹 “소상공인, 은행의 종노릇한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자 자체를 돌려주는 방식 등 다양한 혜택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영업 중단 및 축소를 했던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이 짐을 나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놨다. 지난 2월 13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이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해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서민 고통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윤 대통령은 시중은행들이 형성한 ‘과점’을 지적했고, 이에 당국은 올해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했다. 지난 7월엔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에도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은행권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전을 펼치며 ‘2조원’에 달하는 횡재세를 은행으로부터 거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금융당국은 횡재세보다 이에 준하는 상생금융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은행 3Q 당기순이익 전년 比 38%↑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올해 유독 심했던 이유는 역대급 실적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한 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달성한 총 당기순이익(18조5000억원)을 올 3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44조2000억원이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019년 2.3% ▲2020년 0.7% ▲2021년 9.4% ▲2022년 20.5% ▲2023년 8.9%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자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대규모 횡령 발생, 내부통제 미비 도마 위
은행권에서는 올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지난 9월 금감원이 내놓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은행의 은행투자금융부 직원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기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이후로도 계속 역대급 횡령이 발생한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3년 9월까지 7년여간 금융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수는 206명,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1850억4260만원에 달했다. 횡령 임직원 중 은행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116명), 은행의 횡령액 비중은 83.5%(1544억1710만원)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금감원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에서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출력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도 위법 및 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데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사고에 책임 커진 CEO…대거 교체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CEO들은 일제히 교체됐다.
올 3월 업계의 예상을 깨고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용퇴 결정을 내렸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새로운 회장에 선임됐다. 조 전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용퇴 이유를 밝혔다.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CEO도 전면 교체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확실시 됐지만, 사모펀드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고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새 사령탑을 맡아 3월 취임했다. 우리은행장도 조병규 행장으로 교체됐다.
가장 주목을 받은 윤종규 KB금융그룹 전 회장은 4연임을 내려놓고 용퇴를 결정했다. 양종희 당시 부회장이 새 사령탑에 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사모펀드 논란에서 비켜갔지만 윤 회장의 4연임에 대한 당국과 정치권의 ‘장기 집권’ 비판이 업계에서 예상됐다”며 “이 때문에 조직 안정을 위해 세대교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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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소상공인, 은행의 종노릇한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자 자체를 돌려주는 방식 등 다양한 혜택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영업 중단 및 축소를 했던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이 짐을 나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놨다. 지난 2월 13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이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해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서민 고통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윤 대통령은 시중은행들이 형성한 ‘과점’을 지적했고, 이에 당국은 올해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했다. 지난 7월엔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에도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은행권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전을 펼치며 ‘2조원’에 달하는 횡재세를 은행으로부터 거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금융당국은 횡재세보다 이에 준하는 상생금융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은행 3Q 당기순이익 전년 比 38%↑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올해 유독 심했던 이유는 역대급 실적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한 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달성한 총 당기순이익(18조5000억원)을 올 3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44조2000억원이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019년 2.3% ▲2020년 0.7% ▲2021년 9.4% ▲2022년 20.5% ▲2023년 8.9%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자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대규모 횡령 발생, 내부통제 미비 도마 위
은행권에서는 올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지난 9월 금감원이 내놓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은행의 은행투자금융부 직원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기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이후로도 계속 역대급 횡령이 발생한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3년 9월까지 7년여간 금융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수는 206명,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1850억4260만원에 달했다. 횡령 임직원 중 은행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116명), 은행의 횡령액 비중은 83.5%(1544억1710만원)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금감원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에서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출력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도 위법 및 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데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사고에 책임 커진 CEO…대거 교체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CEO들은 일제히 교체됐다.
올 3월 업계의 예상을 깨고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용퇴 결정을 내렸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새로운 회장에 선임됐다. 조 전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용퇴 이유를 밝혔다.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CEO도 전면 교체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확실시 됐지만, 사모펀드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고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새 사령탑을 맡아 3월 취임했다. 우리은행장도 조병규 행장으로 교체됐다.
가장 주목을 받은 윤종규 KB금융그룹 전 회장은 4연임을 내려놓고 용퇴를 결정했다. 양종희 당시 부회장이 새 사령탑에 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사모펀드 논란에서 비켜갔지만 윤 회장의 4연임에 대한 당국과 정치권의 ‘장기 집권’ 비판이 업계에서 예상됐다”며 “이 때문에 조직 안정을 위해 세대교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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