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간소화에 보험 비교·추천까지…확 바뀐 보험업계
[2023 금융결산-보험]②
보험금 자동청구 시대 온다…비교·추천 서비스도 가시화
새 회계법에 보험사 적응 중…상생 압박 속 금융상품 속속 출시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미뤄졌던 굵직한 제도나 서비스가 시행 및 예고되며 큰 변화를 보인 한 해였다.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포함된 개정법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어 내년 시행을 앞두게 됐다. 플랫폼사와 보험사간 잡음이 많던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조만간 방식을 확정하고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 보다 투명한 가치평가가 가능해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한 해였다.
‘실손 간소화’ 14년 만에 국회 통과
14년 묵은 실손 간소화 관련법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5월과 10월, 각각 국회 법안소위와 본회의에서는 실손 간소화법이 의결됐다.
앞으로 환자들은 병원 방문 후 따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 미청구자 비중은 47.5%를 기록했다. 미청구 이유로는 ‘병원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4.0%), ‘서류 전송이 귀찮아서’(30.7%) 등이 꼽혔다.
다만 우려점은 여전하다. 의료계가 실손 간소화법을 14년간 반대한 이유는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집적해 보험금 미지급 용도로 활용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분명 보험금 청구 편의성은 상승하지만 보험사가 환자의 세세한 의료기록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보험사 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실손 간소화법을 원하는 이유는 향후 환자의 데이터 집적을 통한 보험금 지급 거절건수가 늘어날수록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년 1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
내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핀테크사가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시행 예정일은 내년 1월이다. 이때부터 보험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의 보험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핀테크사와 보험사간 수수료율 이견이 여전하다. 예컨대 보험소비자가 A핀테크를 통해 B보험사 상품에 가입했다. 이때 B보험사가 A핀테크에 수수료로 얼마를 줘야하는지에 대해 완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을 두고서도 이견이 있다. 일부 대형 핀테크사들은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별API를 원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공통된 표준API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세부기분을 두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내년 1월 시행에도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드디어 시행된 IFRS17…‘실적 뻥튀기’ 논란도
올 1분기 보험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 급증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 영향으로 보험사들이 자율적 계리에 나서며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였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가 아닌 원가로 평가한다. 이에 그동안 보험사들이 진행해온 회계법이 아닌 새로운 계산법이 적용됐고 실적이 크게 부풀려진 셈이다.
상반기까지 보험사들에게 자율적 계리를 맡겨온 금융당국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및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더 정확한 회계처리를 요구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이 정확한 실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률, 보험계약서비스 마진(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을 재확립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험업계도 ‘상생금융’…고금리 저축·보험료 인하 등
은행권에 이어 보험업권에도 상생금융 압박이 번졌다. 은행권이 취약차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의 동참도 유도했다.
12월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개 보험사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동참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보험사가 신뢰받는 동행자로서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약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미 지난 8월부터 개별 보험사들의 상생금융 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8월 한화생명은 2030 청년 층 대상 ‘상생형 저축보험’을 내놓으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교보생명도 자립준비청년 대상 연 5% 이자를 주는 저축보험을 내놨고 신한라이프는 결혼하고 출산하면 보너스를 적립해주는 ‘청년 상생형’ 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20년간 총 1200억원 지원 ▲금융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2종의 ‘상생금융 상품’ 출시 등이 포함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손해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를 통해 상생금융에 동참한다. 대형 손보사들은 내년부터 자동차보험료 2.5~3.0% 인하를 결정했다. 보험사들에게 손해율 부담이 컸던 1세대 가입자들의 실손보험료는 평균 4%대 수준으로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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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간소화’ 14년 만에 국회 통과
14년 묵은 실손 간소화 관련법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5월과 10월, 각각 국회 법안소위와 본회의에서는 실손 간소화법이 의결됐다.
앞으로 환자들은 병원 방문 후 따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 미청구자 비중은 47.5%를 기록했다. 미청구 이유로는 ‘병원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4.0%), ‘서류 전송이 귀찮아서’(30.7%) 등이 꼽혔다.
다만 우려점은 여전하다. 의료계가 실손 간소화법을 14년간 반대한 이유는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집적해 보험금 미지급 용도로 활용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분명 보험금 청구 편의성은 상승하지만 보험사가 환자의 세세한 의료기록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보험사 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실손 간소화법을 원하는 이유는 향후 환자의 데이터 집적을 통한 보험금 지급 거절건수가 늘어날수록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년 1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
내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핀테크사가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시행 예정일은 내년 1월이다. 이때부터 보험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의 보험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핀테크사와 보험사간 수수료율 이견이 여전하다. 예컨대 보험소비자가 A핀테크를 통해 B보험사 상품에 가입했다. 이때 B보험사가 A핀테크에 수수료로 얼마를 줘야하는지에 대해 완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을 두고서도 이견이 있다. 일부 대형 핀테크사들은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별API를 원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공통된 표준API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세부기분을 두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내년 1월 시행에도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드디어 시행된 IFRS17…‘실적 뻥튀기’ 논란도
올 1분기 보험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 급증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 영향으로 보험사들이 자율적 계리에 나서며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였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가 아닌 원가로 평가한다. 이에 그동안 보험사들이 진행해온 회계법이 아닌 새로운 계산법이 적용됐고 실적이 크게 부풀려진 셈이다.
상반기까지 보험사들에게 자율적 계리를 맡겨온 금융당국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및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더 정확한 회계처리를 요구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이 정확한 실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률, 보험계약서비스 마진(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을 재확립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험업계도 ‘상생금융’…고금리 저축·보험료 인하 등
은행권에 이어 보험업권에도 상생금융 압박이 번졌다. 은행권이 취약차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의 동참도 유도했다.
12월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개 보험사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동참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보험사가 신뢰받는 동행자로서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약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미 지난 8월부터 개별 보험사들의 상생금융 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8월 한화생명은 2030 청년 층 대상 ‘상생형 저축보험’을 내놓으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교보생명도 자립준비청년 대상 연 5% 이자를 주는 저축보험을 내놨고 신한라이프는 결혼하고 출산하면 보너스를 적립해주는 ‘청년 상생형’ 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20년간 총 1200억원 지원 ▲금융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2종의 ‘상생금융 상품’ 출시 등이 포함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손해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를 통해 상생금융에 동참한다. 대형 손보사들은 내년부터 자동차보험료 2.5~3.0% 인하를 결정했다. 보험사들에게 손해율 부담이 컸던 1세대 가입자들의 실손보험료는 평균 4%대 수준으로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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