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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대형마트 “일요일에 엽니다”…전국으로 번지나 ['평일에 문닫는' 대형마트] ①

서초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둘째·넷째주 일요일→수요일
동대문구도 평일 휴업 동참…서울 전역 추가 확산은 미지수

서울시 서초구는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구내 이마트, 롯데마트, 킴스클럽 등 3곳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기존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둘째·넷째 수요일’로 바꾼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의 휴일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서울 서초구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옮기는 안을 추진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도 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구내 이마트·롯데마트·킴스클럽 등 3곳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기존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둘째·넷째 수요일’로 바꾼다. 킴스클럽은 수요일 이외의 요일로 정해질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10여 년 만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완화는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꼽았던 안건이기도 하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규모 점포와 중소 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했는데, 주로 한 달에 두 차례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이 불편하다는 소비자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마트 휴점으로 인근 소상공인 매출도 덩달아 감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을 때 효과도 긍정적이었다. 대구시는 대형마트의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후 6개월간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제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해당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일 전주인 11월 5일에 휴업한 이후 12일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0년간 지속된 의무휴업...“이커머스 쪽 기울어진 운동장”


약 10년간 지속된 의무휴업은 현 정부 들어 기업규제 완화 정책 일환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앞서 대구에서 2023년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됐다. 충북 청주, 경기 고양·김포·구리 등도 휴업일을 평일로 정했는데 오히려 전통시장과 상생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초구에 이어 서울 시내 다른 자치구에서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거리라는 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평일 변경이) 진척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따른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도한 대구는 2023년 9월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요 소매업종 및 음식점 매출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내놓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의무휴업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마트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증권가는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될 경우, 이마트가 연 3800억원이 넘는 매출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든 대형마트 점포에 평일 의무휴업이 적용된다면 산업 전체의 기존점 성장률은 약 3%포인트(p)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존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했지만 대형마트의 빈틈을 쿠팡, 컬리 등 온라인 시장이 메꾸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업계에서도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고객을 뺏는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쿠팡은 지난해 매출 25조원을 달성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뛰어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 시간(영업제한 시간)과 일요일(의무휴업일)에는 배송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이커머스 쪽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했을 때 우리가 수익을 못 내고 장사를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영업과 사업할 수 있는 조건이 다른 상태가 유지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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