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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손 빌리는 자식들 ‘금융착취’입니다”[이코노 인터뷰]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초고령사회 속 시니어 금융소비자 교육 문제 대두
노인 문제, '금융교육’ 통해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해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도 올해 말이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층이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 시니어 금융역량 강화는 우리 사회의 중대 과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니어들은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금융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고, PC·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디지털금융은 어렵기만 하다. 또 어릴 때부터 적절한 금융교육을 받지 못하다보니 노후 금융생활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시니어금융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해줄 정책도 미비하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이 같은 현실을 하나씩 개선하고자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오랜기간 시니어금융 문제를 고민해온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 협의회에 몸을 담았다.

그는 “대한노인회 정책이사 시절부터 ‘노인 빈곤’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는데, 사실 노인 빈곤은 ‘복지’로만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교육이 수반된 ‘금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Q. 현재 한국 시니어들이 마주한 금융적 어려움은 어떤 게 있나.

A.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문제는 금융사기를 당한 노인은 대체적으로 수입이 없어 만회하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정신적 충격으로 치매에 이르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급격한 디지털화도 고령층에게는 큰 장벽이다. 현재 고령층 스마트폰 보급률은 거의 100%지만, 70대 이상 스마트폰 금융 이용 비율은 약 9%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중은행 점포는 매년 약 300개씩 사라지고 있어 노인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금융 미이용으로 수수료 혜택 등을 못 받아 발생하는 차이도 개인당 연간 5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금융사기예방교육과 디지털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Q. 집중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교육이 쉽지는 않을 텐데.

A. 협의회 설립 후 노인복지관에 찾아가 처음으로 PPT를 띄우고 강의를 시작했더니 다들 지루한 반응이 쏟아졌다. 몇몇 분은 “강사 양반, 노래나 한 곡 하고 내려와”라며 교육 자체에 대한 진지함을 찾기 어려웠다. ‘교육에도 즐거움(fun)이 있어야겠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각종 금융사기 유형과 대처법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연간 100회 가까운 공연을 진행하며 순항 중이다. 트로트를 접목한 뮤지컬과 흥부놀부전을 기반으로 한 국악 등의 공연형 교육도 큰 호응을 이끌었다. 

지난 2019년 경남 진주 지역 어르신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BNK경남은행 후원 금융사기예방 뮤지컬 ‘금사방네’이 공연되고 있다. [사진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디지털금융교육은 아예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시작한다. 사실 스마트폰에는 금융 관련 앱이 다 설치돼 있음에도 어르신들은 혹시나 송금이 잘못되거나 요금 폭탄을 맞는다거나 하는 걱정이 많다. 이에 스마트폰에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 기초 정보를 안내한다. 이후 계좌이체, 모바일 대출 등 순서대로 필요한 내용을 교육한다.

Q. 교육에도 불구하고 피해사례가 사라지긴 어렵지 않은가.

A. 사전적 예방교육만으로는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에 한계가 있다. ‘사후적 피해구제’도 꼭 필요하다. ▲은행에 계좌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 또는 경찰청에 신고 후 ▲피해구제신청서 작성과 환급 상담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노인들에게는 상당히 두렵고 어려운 과정이다. 이 어려운 절차를 동행하면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시대응팀’을 갖추는 게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의 새로운 목표다. 피해자 구제 없는 형사적 처벌과 행정적 제재는 소용이 없다.

Q. ‘금융착취’도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듯하다.

A. 금융착취는 미국·일본 등 연금이 발달된 선진국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고착화됐다. 성인이 되고도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부모의 자산이나 연금을 쪼개 쓰면서 부모는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해 부모와 자식 모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노인이 ‘그래도 자식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관념 때문에 착취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족뿐만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나 요양병원장이 노인이 맡긴 신용카드로 장을 보고, 명품을 사는 등 악용 사례도 늘고 있다. 정작 노인을 돌봐야 할 사람들로부터 금융착취가 일어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금융착취는 아직 한국에선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진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문제화가 되기 전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관련 교육을 앞장서 해보고 싶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진 신인섭 기자]
Q. 시니어들의 효과적인 재정 관리를 위한 조언을 한다면.

A. 우리나라 시니어층들은 대다수가 재산을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다. 노후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선 주식이나 현금성 자산에도 분산해 관리하는 게 좋다. 또한 집은 한 채 있지만 수입이 없어 세금을 체납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주택연금’을 추천한다. 공시지가 최대 12억원까지 적용되며, 연령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최고 월 3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 중 하나다. 자식보다도 본인 노후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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