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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부동산PF 대출만 134兆…저축은행 위기감 고조

[계속되는 PF 공포] ③
저축은행 부동산 PF 연체율 5% 훌쩍
금융기관, 일부 손실 떠안을 수도

부동산PF 업권별 연체율.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태영건설이 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다. 이에 건설업계는 물론, 대출을 내준 금융권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사 중에서도 시중은행과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취약한 저축은행·상호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체율 5%’ 저축은행…긴장감 고조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이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2022년 말 130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출 잔액 규모는 은행이 44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보험사가 43조3000억원 규모다. 연체율은 은행이 0%, 보험사가 1.11%로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이다. 대출 잔액 규모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연체율이 높다. 그 중에서도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조8000억원, 상호금융은 4조7000억원이다. 연체율은 5.56%, 4.1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2년 말까지만 해도 2.1% 수준이었으나 2023년 1분기 말 4.1%에서 2분기 말 4.6%, 3분기 말에는 5%를 넘기며 지속적으로 뛰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1일 이상 원금 연체 또는 한 달 이상 이자 연체를 기준으로 연체율을 산정한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려면 올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비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또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의 취약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비은행의 취약부문 부실자산관리 부담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출금리 수준 간 정(+)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대출의 경우 금리상승기 이전 대출 규모가 늘어난 부동산 관련 업종의 연체율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사진 연합뉴스]

태영건설-저축은행 연결고리 보니

저축은행에 부동산 PF 후폭풍 우려가 몰아친 것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발단이 됐다. 올해 1월 3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채권자협의회 구성 및 운영, 태영건설 존속능력평가, PF 사업장 관리기준 수립 등 1월 11일에 있을 제1차 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들이 모인 채권자협의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채권액 기준) 이상 동의를 받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협의회는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에 따라 워크아웃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 채권 행사 유예, 원리금 탕감 등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금융기관들은 태영건설에 빌려준 대출금에 대해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2023년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저축은행 중에는 애큐온저축은행이 태영건설에 단기차입금 50억원을 제공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신협중앙회가 장기차입금 397억원을, 성남중앙새마을금고가 장기차입금과 단기차입금을 각각 16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가 단기차입금 359억원을 빌려줬다. 단기차입금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뜻한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부동산PF 대출이 포함된다.

주요 시중은행권의 단기‧장기차입금 규모가 저축은행‧상호금융권보다 크다. 하지만 문제는 실적이 괜찮았던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상호금융의 경우 실적이 저조하고 연체율 상승 등으로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게다가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대부분 선순위채권과 보증보험을 낀 대출이다 보니 자금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이 대출하지 않는 사업장에 돈을 빌려주는 경향이 있어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는 부동산 PF를 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 금융권에 걸쳐 익스포져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주거용 보다는 상업용 비중이 높고 선순위보다 중후순위로 주로 참여한 증권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 들어서는 PF 대책의 성격이 점차 옥석가리기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옥석가리가 본격화될수록 금융권 내에서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증권사를 필두로 PF 관련 손실인식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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