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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회장 신년사…‘반성문’ 된 사연은?[김윤주의 금은동]

하나금융 신년사에 담은 자성 목소리
“고금리에 불신 넘어 분노…경각심 가져야”
지난해 은행 이자수익 최대…尹도 ‘갑질’ 등 질타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하나금융]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기업의 신년사에는 지난해 성과를 치하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한 해 포부를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 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를 돌아보며 신년사에 반성의 문구를 담은 사연이 눈길을 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 장밋빛 청사진이나 큰 포부보단 자기반성의 문구를 담았다. 지난 2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함 회장은 “우리 노력과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나금융은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며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일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연 10%를 넘어서는 등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는 금융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졌다. 함 회장의 반성의 메시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함 회장은 가입자 수 300만명을 넘긴 하나카드의 해외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예시로 들며 상생과 성장이 함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로그’는 기존 통념을 깨고 해외결제 수수료를 무료화 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은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손님‧직원‧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 또한 금융권을 공개 저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2월 은행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종노릇’, ‘갑질’ 등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상생을 강조한 함 회장 신년사는 윤 대통령의 질타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문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누적 이자이익은 4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이 어느 때보다 심한 한 해였다.

한편, 하나금융 외에도 KB‧신한‧우리 등 금융그룹 회장들도 올해 신년사에서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이들 금융사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으로 이자이익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디지털화·비은행 강화 등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김윤주의 금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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