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손 놓으면 ‘가계부채 비율’ 관리 어렵다[부채도사]
정부 “2027년까지 가계부채 총량, GDP 대비 100% 이내로 관리할 것”
전세대출 규제 없이 DSR 정교화 작업 무의미
韓銀 기준금리 인하 시 ‘부채 확대기’로 전환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가계부채 총량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비중도 5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4%를 기록했다. 미국을 보면 73.6%, 일본은 68.1%, 프랑스는 65.5%, 독일은 54.3%다. 경제 규모 대비 부채 비중은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큰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까지 95.0%로 100% 미만을 기록했지만, 2020년 103.0%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05.4%, 2022년 104.5%로 100%를 넘어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대부분 변동금리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대출 규모는 69.9%에 달했다.
현재 미국 부동산 대출 대부분은 고정금리로 묶여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변동금리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금융권의 변동금리 비중을 축소한 결과다. 이로 인해 지난 2년 전부터 발생한 인플레이션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안정’에 집중해 정책금리를 5%대까지 단기간에 올릴 수 있었다.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대출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변동금리가 부동산 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라 기준금리가 치솟게 되면 당장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그로 인해 부동산 경기와 건설 경기가 나빠지고, 더 나아가 경제 전반이 장기간 고금리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 미 연준보다 훨씬 많고 복잡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는 우리 정부도 GDP 가계부채 비중을 줄임과 동시에 고정금리 비중도 50%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여전히 DSR에서 빠져 있는 전세대출
정부가 내놓은 부채 관련 장기 플랜은 국내 대출 시장에 꼭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이유로 국내 대출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세자금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앞으로도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DSR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대출 관리 효과가 가장 확실한 규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 전세대출이 중도금대출, 소액 신용대출과 함께 DSR에 포함 돼 있지 않다 보니, 당국이 아무리 DSR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시장 금리가 내릴 때마다 전세대출을 바탕으로 부채가 확대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2022년과 같이 가파른 금리 상승기를 시장이 맞게 되면 전세 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을 불러온다. 금융안정을 해치는 일은 이렇게 반복된다.
한은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놓고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을 축소해 나감으로써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는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DSR이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로 ‘전세대출’을 지목했다.
돌아온 ‘금리 인하 시즌’ 대출은 ‘확대’ 수순으로
시장에서는 미 연준부터 올 상반기 전후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럼 한은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뿐 아니라 금리 인하 시점을 고려하게 된다. 금리 사이클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이 ‘금리 인하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출 확대기’가 도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 저성장은 2026년까지 예고돼 있다. GDP 성장률이 부채 증가율보다 낮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다시 말해 2027년까지 ‘가계부채 비율 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채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먼저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데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하락 시기에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억제하면 ‘집값 급락’이라는 큰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주택 시장이 안정되고, 금리 부담이 크지 않을 때가 오면 전세대출 시장을 DSR을 통해 관리할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점은 올해와 내년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가계부채 총량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비중도 5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4%를 기록했다. 미국을 보면 73.6%, 일본은 68.1%, 프랑스는 65.5%, 독일은 54.3%다. 경제 규모 대비 부채 비중은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큰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까지 95.0%로 100% 미만을 기록했지만, 2020년 103.0%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05.4%, 2022년 104.5%로 100%를 넘어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대부분 변동금리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대출 규모는 69.9%에 달했다.
현재 미국 부동산 대출 대부분은 고정금리로 묶여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변동금리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금융권의 변동금리 비중을 축소한 결과다. 이로 인해 지난 2년 전부터 발생한 인플레이션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안정’에 집중해 정책금리를 5%대까지 단기간에 올릴 수 있었다.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대출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변동금리가 부동산 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라 기준금리가 치솟게 되면 당장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그로 인해 부동산 경기와 건설 경기가 나빠지고, 더 나아가 경제 전반이 장기간 고금리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 미 연준보다 훨씬 많고 복잡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는 우리 정부도 GDP 가계부채 비중을 줄임과 동시에 고정금리 비중도 50%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여전히 DSR에서 빠져 있는 전세대출
정부가 내놓은 부채 관련 장기 플랜은 국내 대출 시장에 꼭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이유로 국내 대출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세자금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앞으로도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DSR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대출 관리 효과가 가장 확실한 규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 전세대출이 중도금대출, 소액 신용대출과 함께 DSR에 포함 돼 있지 않다 보니, 당국이 아무리 DSR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시장 금리가 내릴 때마다 전세대출을 바탕으로 부채가 확대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2022년과 같이 가파른 금리 상승기를 시장이 맞게 되면 전세 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을 불러온다. 금융안정을 해치는 일은 이렇게 반복된다.
한은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놓고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을 축소해 나감으로써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는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DSR이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로 ‘전세대출’을 지목했다.
돌아온 ‘금리 인하 시즌’ 대출은 ‘확대’ 수순으로
시장에서는 미 연준부터 올 상반기 전후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럼 한은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뿐 아니라 금리 인하 시점을 고려하게 된다. 금리 사이클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이 ‘금리 인하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출 확대기’가 도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 저성장은 2026년까지 예고돼 있다. GDP 성장률이 부채 증가율보다 낮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다시 말해 2027년까지 ‘가계부채 비율 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채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먼저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데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하락 시기에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억제하면 ‘집값 급락’이라는 큰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주택 시장이 안정되고, 금리 부담이 크지 않을 때가 오면 전세대출 시장을 DSR을 통해 관리할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점은 올해와 내년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2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3공항철도, 시속 150km 전동차 도입...오는 2025년 영업 운행
4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5‘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6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7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8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9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