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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부족,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이코노 인터뷰]

[‘인구 절벽 위기’ 韓 산업 어디로]④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동력 부족시대...해외 이주민 활용 주장
기술 도입에 따른 갈등, “노-사-정 대타협 필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022년 CNN은 “까다로운 노동문화와 오르지 않는 임금, 생활비 부담 증가와 주택비 급등 등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저출산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인구 절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을 더 많이 도입하고,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위급한 것은 생산 가능 인구 부족 문제다. 일할 사람이 없다면 나라의 국력은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모든 노동력을 대체할 순 없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노동정책 전문가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에게 인구 절벽 시대 속 생산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AI가 숙련 기술자는 대체 못해”

Q.저출산·고령화가 지금 당장 산업·노동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스마트 팩토리를 확대하는 등 기술의 영역으로 인구 절벽 문제를 대처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계속 인구가 줄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니라 제조업 등 뿌리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는 숙련도를 요구하는 업무가 많은데 이 노동자들은 기술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이 대체해야 하는 데 지금처럼 인구가 줄면 빈자리를 채우기 사실상 어렵다.    

Q.해외 이주 노동자를 더 받아들여 생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출산율이 낮다면 결국 밖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해외 이주민을 받는 부분은 문화적 충돌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미 유럽은 이주 노동자 개념이 정착됐고 이를 통해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하고 있다. 우리도 결국 생산 가능 인구 확보를 위해서 이주 노동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 

Q.기업별로 디지털 전환이나 인공지능(AI) 도입은 이제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인데.

- 아직 100%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챗GPT같은 AI가 데이터 기반 업무에서는 높은 효용성을 발휘하다보니 실무자들에게 심리적인 위협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무조건 기술 도입만으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사회적 대타협 통한 장기적 노력 필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한국형 아르바이트 4.0을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노동력 부족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 신인섭 기자]

Q.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나.

-(나는)이제 기성세대를 넘어 원로의 위치에 있는데,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노동학자의 위치에서 다같이 잘 살자라는 식의 주장과 문제 제기를 해온 사람인데 역부족인 측면도 있었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이렇게 쪼개져 있고, 젊은 층이 출산을 두려워할 미래를 만들어놓은 것 같다. 정부가 저출산 심각성을 아주 뼈저리게 느껴야할 타이밍이지만 쉽지 않아 보여 안타깝다.

Q.일본은 출산율이 0%대에서 1%대로 올라섰다. 우리가 배울 점이 있을까.

-우리와 일본은 너무 상황이 다르다. 일단 일본의 젊은 층은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교육 열풍도 없다. 또 부동산을 ‘자산’으로 보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주거용’으로만 인식한다. 집의 가치가 감가상각되기 때문이다. 한국서 ‘애를 낳지 않는 이유’가 일본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그래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이 교수는 인구 부족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산업·노동계 전반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당장 물리적인 노동력 극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산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독일이 도입한 ‘아르바이트 4.0’을 우리 식으로 변형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르바이트 4.0은 노동자와 사용자(회사), 정부, 학계 등이 모두 모여 공적 토론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대타협으로 지난 2022년 ▲최저임금 시간당 8.5유로(약 1만1000원) 상승 ▲노동자에게 유리한 연금 개선 ▲파견근무 규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등을 도입한 바 있다. 무조건적인 기술 도입은 노사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일단 사회적 타협을 이룬 후 순차적인 진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Q.우리 실정에 맞는 해결책은 어떤 것인가.  

-일단 AI를 도입하고보자 식인데 그보다는 숙련도를 갖춘 노동자들이 지금 당장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현장에서 숙련도를 갖춘 사람들은 50대 이상이 많은데 이들이 60~70대가 되서도 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줘야 당장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젊은 세대들이 이런 일터로 유입될 수 있게끔 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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