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고지 없었다”…국회서 울분 토한 홍콩 ELS 투자자들 [가봤어요]
양정숙 의원실 주최 토론회…실제 피해 사례 이어져
전문가들, 은행에서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금지 주장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저희 엄만 글을 못 읽는다니까요? 서명한 부분만 체크해놓고 서명하라고 한 거잖아요?”
“글을 왜 모르세요?”
“초등학교를 안 나오셨으니까요…. 이름만 적어 쓰신다고요, 이름만!”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위와 비슷하게 은행에서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100여 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자신들은 ‘투자자가 아닌 예금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는 여유 재산의 일부를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처럼 은행에 안정과 신뢰를 기대하면서 ELS를 넣은 이들은 예금자”라고 말했다.
길 위원장의 주장처럼 토론회에는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가득했다. 투자자 A씨는 “가족 3명이 전 재산 10억원을 ELS 상품에 넣었다”며 “은행이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아 정기예금 대체 상품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투자자 B씨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대신 가입했는데 은행에서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아 가입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관련 서류를 받을 수 있었고, 공격투자형 100점으로 체크돼 있는 걸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불완전 판매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투자자 C씨의 녹취에 따르면 해당 ELS 판매 은행원은 “건들지 않고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 손실되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씨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은행원은 “아니다”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성 부정판매’로 불러야 한다면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처럼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정부는 고난도 금융상품 규율체계를 만들어 녹취 의무나 설명의무 등을 강화했지만, 실제 투자자를 보호하지는 못했다”며 “반복되는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손실 사태로 인해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최대 80%, 최저 40% 분쟁조정에 따라 배상 수준을 결정하고 나머지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은행과 자율 조정 방식으로 배상하도록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태 피해자 중엔 치매 환자 등도 있어 자기책임 의무(20%)에 대한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며 “DLF나 라임 사태 때보다 진일보한 배상 산정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아예 은행에서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은행 이용 고객은 원금보장이 되는 안전 상품을 원하는데, 은행이 비이자(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ELS를 판매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판매 금지를 촉구했다.
백주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도 “은행들이 ELS를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기본적으로 지키지 않은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비슷한 사태로 국민경제 전체가 크게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ELS) 판매 장소로 은행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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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왜 모르세요?”
“초등학교를 안 나오셨으니까요…. 이름만 적어 쓰신다고요, 이름만!”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위와 비슷하게 은행에서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100여 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자신들은 ‘투자자가 아닌 예금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는 여유 재산의 일부를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처럼 은행에 안정과 신뢰를 기대하면서 ELS를 넣은 이들은 예금자”라고 말했다.
길 위원장의 주장처럼 토론회에는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가득했다. 투자자 A씨는 “가족 3명이 전 재산 10억원을 ELS 상품에 넣었다”며 “은행이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아 정기예금 대체 상품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투자자 B씨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대신 가입했는데 은행에서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아 가입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관련 서류를 받을 수 있었고, 공격투자형 100점으로 체크돼 있는 걸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불완전 판매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투자자 C씨의 녹취에 따르면 해당 ELS 판매 은행원은 “건들지 않고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 손실되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씨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은행원은 “아니다”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성 부정판매’로 불러야 한다면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처럼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정부는 고난도 금융상품 규율체계를 만들어 녹취 의무나 설명의무 등을 강화했지만, 실제 투자자를 보호하지는 못했다”며 “반복되는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손실 사태로 인해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최대 80%, 최저 40% 분쟁조정에 따라 배상 수준을 결정하고 나머지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은행과 자율 조정 방식으로 배상하도록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태 피해자 중엔 치매 환자 등도 있어 자기책임 의무(20%)에 대한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며 “DLF나 라임 사태 때보다 진일보한 배상 산정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아예 은행에서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은행 이용 고객은 원금보장이 되는 안전 상품을 원하는데, 은행이 비이자(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ELS를 판매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판매 금지를 촉구했다.
백주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도 “은행들이 ELS를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기본적으로 지키지 않은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비슷한 사태로 국민경제 전체가 크게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ELS) 판매 장소로 은행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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