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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변수 우려에도 일본 투자 계속할 만한 이유

[일학개미 시대 열렸다] ③
지난해 일본 기업 이익, 버블시대보다 3배 이상 높아
YCC 정책 종료·트럼프 당선 변수…내수기업·리츠 투자 주목

지난 3일 도쿄 시부야구 스크램블 교차로 전경. [사진 윤형준 기자]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연초 한국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일본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가 3만7000을 돌파하는 등 1989년에 기록했던 역사적인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일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를 다시 시장에 끌어들인 데 있다. 특히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상장주식 및 투자신탁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영향으로 지속해 줄어들기만 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자마자 개인투자자가 자리를 메운 셈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일본 기업들에 요구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양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한 것도 시장의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표적으로 삼는 일본 기업의 시장 가치가 2022년 1170억 달러(약 156조21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약 336조4704억원)로 불어날 정도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배당 등 주주 보상을 줄여왔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확연히 바뀐 듯하다.

일본 증시에 봄날이 찾아온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데다,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분기 일본 법인기업의 이익은 31조6000억엔(약 280조4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주식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1989년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가는 아직 역사적인 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기업 이익은 이미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셈이다. 결국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아직 저평가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日 중앙은행 정책 전환·트럼프 당선은 변수

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의 미래는 매우 밝다. 다만 시장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걸림돌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데에 ‘수익률 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제도를 도입해 시장 장기금리의 상단을 0.5% 혹은 1.0% 수준에서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덕분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로 돈을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를 강화했다.

만약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YCC 정책을 종료한다면,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본이 2000년 금리 인상 이후 가혹한 불황을 겪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을 일거에 바꿀 가능성은 작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제로금리 가능성이 유력하며, YCC의 상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정도가 일본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정책 변경의 최대치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 걸림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이 부각할 때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던 역사를 보면 엔화 가치 지속적인 하락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일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엔 환율에 민감하게 움직이기에 앞으로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부동산투자신탁·내수 기업 등 분산 투자 추천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의 약점 모두 엔화 자산 입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아닐 수 있다. 바로 일본 수출 기업의 주식만 사지 않으면 될 일 아니겠는가?

일본 중앙은행이 수년 내로 금리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이에 도쿄를 비롯한 일본 부동산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 등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 속에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괜찮은 투자처라고 판단된다. 특히 수출주 이외에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내수 기업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을 쓰면 어떨까.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을 일정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사진 홍춘욱 브런치스토리]
홍춘욱 대표는_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및 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각종 미디어의 1순위 인터뷰 대상자로 손꼽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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