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책 '동참'…자사주 태우고, 사들이는 증권사
정부 ‘밸류업’ 정책 발표 앞두고 가치 제고 '선제 조치' 잇달아
미래에셋·메리츠證, 수천억 소각·배당…적극적 주주환원에 시장은 ‘환영’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26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선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만년 저(低)평가주’로 꼽히던 증권주는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 중 하나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에 동참하면서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자사주 1500만주 및 우선주 100만주 이상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매입 후 소각 또는 장내 취득한 기보유 자사주를 활용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성향도 조정 순이익의 최소 35%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최초로 자사주 소각 물량을 명시해 실적에 관계없는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23일 미래에셋증권은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에 장중 최고 2.25%까지 오르며 9200원을 터치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도 대형사 중 주주 가치제고에 적극적이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공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자사주 매입 수급과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주주환원 정책 잇달아…미래에셋·메리츠證 등 주가 '꿈틀'
메리츠증권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김용범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2일 메리츠금융 지난해 실적발표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주식 저평가 시 총 주주환원율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50%를 초과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자사주 매입을 6400억원 수준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서 주가 수준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며 “주가가 저평가되면 50% 한도 이상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앞서 2023년부터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50%’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높이 평가하며, 증권가는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대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 목표 주가를 기존 대비 21.3% 상향한 9만3000원까지,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8만7000원으로 31.81% 올렸다.
LS네트웍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3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577만895주로 637억7416만원 규모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주가는 3.69% 오르기도 했다.
향후에도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대한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매입 시기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사례가 지난 10여년간 없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사주 제도 개선 등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라며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며 향후 기업 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내놓더라도 기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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