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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 시장 잡아라”...진격의 K-로봇

[서비스 로봇 뜬다]①
대기업부터 정부까지 로봇 산업 지원 박차
고령인구 증가로 서비스 로봇 필요성 커져

현대자동차의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DAL-e). [사진 현대자동차]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로봇이 소파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원하는 노래를 들려준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물건을 로봇이 문 앞에 배달해 준다. 음식점에서는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다 먹은 식기를 대신 치워준다. 매장에서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람 대신 서비스 제공하는 로봇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쿠팡 등 국내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 서비스 로봇을 입력하면 2만원대부터 4000만원대까지 다양한 로봇이 검색된다.

국제로봇협회(IFR)는 로봇을 크게 ‘제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구분한다. 제조업용 로봇은 생산공장 등 산업현장에서 자동화 공정을 위해 활용되는 기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로봇 팔이다. 서비스용 로봇은 생산시설 외 영역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가정이나 음식점 등 특정 현장에서 사람을 돕는 기계를 뜻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용으로 한정됐던 로봇이 최근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전자·물류·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로봇 관련 기술 개발, 서비스 출시 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로봇 청소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판매 중인 이 로봇은 다양한 센서가 탑재돼 사람 대신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초기에는 먼지를 흡입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물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요즘 음식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빙 로봇도 서비스 로봇의 일종이다. SKT·KT·LGU+ 등 통신사업자는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관련 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배송 로봇 역시 서비스 로봇의 범주에 포함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말부터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활용한 무인 배송 실증사업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달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로봇은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이 함께 개발한 성수동 오피스 ‘팩토리얼 성수’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외에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모빈 등 국내 스타트업이 배송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앞다퉈 서비스 로봇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022년 158억7000만 달러(약 21조원)에서 2030년까지 1873억3000만 달러(약 248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로봇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 청소기가 필수 가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현재 로봇 청소기는 없어선 안 될 필수 가전이 됐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 로봇은 선택 아닌 필수

학계에서도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의 지속 성장세를 전망했다. 예상보다 빠른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생각하면 서비스 로봇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실제 고령인구 비율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최근 5년간(2019~2023년) 집계한 연도별 고령인구 비율은 ▲2019년 15.5% ▲2020년 16.4% ▲2021년 17.1% ▲2022년 18% ▲2023년 19%로 나타났다. 올해 1월에는 19.1%로 0.1%포인트(p) 늘었다. 전체 인구 5100만여 명 중 약 1000만 명이 65세 이상 인구라는 얘기다.

정부도 서비스 로봇 시장 육성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70만 대의 서비스 로봇이 보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보급된 서비스 로봇(6만3000대)의 11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분야는 ▲돌봄·의료 30만 대(요양원 1435개, 병원 3954대 등) ▲물류·배송 5만 대(물류센터 3669개 등) ▲스마트 농업 3만 대(스마트팜 7000ha 등) ▲식음료 자영업 30만 대(5인 이상 음식점 8만 개, 1인 커피 및 치킨 등 전문점 7만 개 등) ▲국방·안전 2만 대(경찰·소방서 2000개 등) 등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중심”이라면서 “그럼에도 최근 정부, 기업들이 서비스 로봇 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다. 향후 20년 내로 이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로봇 산업의 확대는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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