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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세포치료제 아직 뜨겁다…M&A·R&D 속속 진행

[‘기적의 치료제’ 돌파구는]②
다국적 제약사, 상용화 임박한 기업에 투자
국산 CAR-T 치료제도 2025년 상용화 기대

많은 기업이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기업들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치료제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연구에 몰두한 모습이다.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와 잘 맞으면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러 치료제를 써본 환자가 마지막으로 투약하는 약물이라, 이번 조치의 여파가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는 FDA가 CAR-T세포치료제의 안전성을 조사하는 동안에도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개발 열기를 지속하고 있다.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대표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중국의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그라셀)를 10억 달러(약 1조336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라셀은 암세포 표면의 CD19와 BCMA 단백질을 모두 찾아내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GC012F’을 개발하고 있다.

GC012F은 자가유래 세포치료제로, 환자에게서 받은 T세포를 암 치료제로 만들어 환자의 몸에 다시 투여하는 방식이다. 그라셀에 따르면 GC012F를 투여한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9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100%였고, 6개월 완전 관해율(CRR)은 66%였다.

바이오엔텍도 최근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 오토러스 테라퓨틱스(오토러스)에 2억5000만 달러(약 3342억원)를 투자했다. 오토러스는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쓸 수 있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오베셀’을 개발한 기업이다. 오베셀은 이르면 올해 안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이 절차를 마치면 미국에서 승인된 일곱 번째 CAR-T세포치료제가 된다.

바이오엔텍이 오토러스에 투자한 이유도 오토러스의 뛰어난 연구개발(R&D) 역량 때문이다. 바이오엔텍은 CLDN6 단백질을 찾아내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BNT211’을 개발하고 있는데, 여기에 오토러스의 생산시설과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바이오엔텍은 오토러스가 개발하고 있는 다른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과 개발 기술에 대한 옵션도 확보했다.

국산 치료제 상용화는 언제쯤

국내 기업도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암세포에서 다른 단백질을 찾아내는 등 표적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틈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큐로셀은 국내 기업 중에서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다. 큐로셀은 CD19 단백질을 찾아내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안발셀’을 개발하고 있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약물로, 현재 임상 2상을 마쳤다. 회사는 임상 결과를 들고 올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안발셀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내년이면 국내에서 암환자가 이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쓸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임상 결과는 좋다. 큐로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임상 2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안발셀을 투여한 환자 38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84%였고, 완전 관해율(CRR)은 71%였다. 최근 공개한 안발셀의 임상 2상 톱라인에선 환자 73명을 분석한 결과, ORR은 75%, CRR은 67%였다. 약물을 직접 비교하진 않았지만, CAR-T세포치료제인 킴리아는 임상 2상에서 40%의 CRR을 보였다. 데이터 측면에서 안발셀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큐로셀은 CD5 단백질을 찾아내는 또 다른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CRC-03’도 개발하고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이 되면 T세포 림프종이 발생하는데, CRC-03를 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 중이다.

앱클론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가 쓸 수 있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AT101’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8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AT101은 CD19 단백질을 찾아내는 CAR-T세포치료제다. 앱클론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항원의 결합 부위(에피토프)를 개선해 CAR-T세포치료제가 암세포에 더 가깝게 붙도록 만들어 치료 효과를 높였다.

앱클론은 고형암 환자가 쓸 수 있는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AT501’도 개발하고 있다. CAR-T세포치료제는 모두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돼 있다. 고형암은 암 덩어리 주변으로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 환경(종양미세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CAR-T세포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형암은 전체 암의 80~90%를 차지한다. 고형암 환자가 쓸 수 있는 CAR-T세포치료제가 나온다면, 더 많은 환자의 치료 선택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페프로민바이오는 혈액암 치료제로 쓸 CAR-T세포치료제 후보물질 ‘BAFFR CAR-T’를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FDA 산하 항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래리 곽 박사가 연구를 이끌고 있다. BAFFR은 B세포의 성숙과 생존에 필요한 물질인데, 페프로민바이오가 개발한 물질은 이 BAFF를 인식하는 단백질 ‘BAFF-R’을 찾아낸다.

페프로민바이오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참여한 환자 3명에게 BAFFR CAR-T를 투여했더니 한 달 뒤 2명은 완전 관해(CR)**를, 1명은 부분 관해(PR)**를 나타냈다. 회사는 2025년 말 임상 2상에 진입한 뒤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해 이 후보물질을 상용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국내에 생산시설도 세워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객관적 반응률(ORR)
치료 이후 암의 크기가 일부 줄었거나(부분 관해),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없는(완전 관해)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완전 관해(CR), 부분 관해(PR)
암이 사라진 상태를 완전 관해(CR), 일부 줄어든 상태를 부분 관해(PR)라고 한다. CR은 진단을 통해 암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재발의 위험은 있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암이 30~50%가량 사라졌다면 PR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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