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해이’ 경영진, 다시 카카오로…‘회전문 인사’ 제동 건 준신위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서야”…인적 쇄신 ‘무용지물’
정명진·정규돈 복귀…논란된 인물, 역할 되레 커져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가 리더십 교체라는 강수까지 두며 연일 ‘쇄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으리라는 대외 평가가 나온다.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비판을 받은 인물들이 다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에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가 인사 개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준신위는 카카오 계열사의 준법·신뢰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다.
카카오 준신위는 신규 경영진 선임 논란과 관련해 카카오에 “개선 방안을 수립하라”는 취지의 권고 내용을 14일 전달했다. 준신위는 구체적으로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는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내정자를 둘러싸고 최근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는 논란을 반영한 권고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사내 임원간담회를 통해 차기 카카오 CTO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CTO 내정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술그룹 총괄과 카카오 플랫폼 기술 총괄을 지낸 인물이다. 2016년부터 2022년 2월까지 카카오뱅크 CTO를 맡았다. 물의를 일으켜 회사를 나간 인물을 다시 영입하자 ‘회전문 인사’란 비판이 제기됐다. 역할까지 되레 커지면서 적설성에 대한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 CTO 내정자는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3거래일 만에 스톡옵션 11만7234주 중 10만6000주를 주당 6만2336원에 매도했다. 그가 거둔 시세차익은 66억원에 달한다. 같은 달 한 차례 더 스톡옵션 매도를 진행, 추가로 1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갔다. 당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이 스톡옵션 매도로 얻은 차익은 총 9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주요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자, 곧장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인물을 다시 카카오 CTO 내정자로 선임하자, 회사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준신위 측은 “카카오의 새 리더십이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준신위는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회복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한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시한 지난 2월 20일에 권고하기도 했다.
정 CTO 내정자 외에도 정명진 전 그라운드X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복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현재 카카오 CA협의체 전략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이름을 올리 상태다. 정명진 사무국장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크러스트에서 CFO를 역임했다. 두 계열사 모두 이른바 ‘코인(가상화폐) 먹튀 논란’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정명진 사무국장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코인 횡령 논란 중심에 있음에도 정 사무국장의 그룹 내 역할이 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구설에 올라와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매출을 위법하게 부풀린 분식회계 혐의(외부감사법 위반)에 고의가 있다고 보고 회사에 최고 수위의 제재를 사전 통지한 바 있다. 여기엔 류 대표의 해임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런데도 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포함한 정기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를 발송했다.
카카오가 그간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후임으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발탁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체제에서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후임으로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 선임 등 다양한 인적 변화를 보였지만, 여전히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준신위 권고에도 조직 자체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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