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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밉상’ 네카오에 쏟아진 주주 원성…새겨들은 최수연, 외면한 정신아

[주총으로 톺아본 2024 산업나침반]② 네이버·카카오
고점 대비 주가 ‘절반’ 빠진 네이버와 ‘3분의 1토막’ 난 카카오…주주 ‘울분’
주주 지적에 고개 숙인 최수연…정신아, 대표 취임 결정된 주총부터 ‘미참석’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혁신 기업’이라고 하면 늘 빠지지 않았다. 이들이 만들어 낸 편의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시대 변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찬란했던 과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얘기다.

네이버·카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다. ‘국민주’로 불릴 정도로 기업 가치 상승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 9월 15만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 주가는 4월 초 기준 4만8000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 주가 역시 2021년 9월 45만원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18만6000원 대까지 빠졌다.

고점 대비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는 단순히 코로나19가 풍토병화(엔데믹)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엔 낙폭이 크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개최된 네이버·카카오 주주총회에서 “혁신이 어디 있느냐”란 성토가 나온 까닭이다.

실적은 고공행진…주가는 급락

먼저 실적 측면에선 양사 모두 주가 하락과는 궤가 다르다. 양사의 온도 차는 있지만, 실적이 좋지 못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기엔 수치가 나쁘지 않다. 네이버의 2023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9조6706억원, 영업이익은 1조488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14% 각각 상승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카카오의 2023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8조1058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5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나,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써냈다. 외연 확장에 성공했단 의미다.

이 때문에 사업 역량보다 ‘기업 운영 방식’이나 ‘대외 영향’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찾는 시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사 모두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의혹부터 과도한 수수료 논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더욱이 네이버·카카오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늘 구설에 오르는 태생적 리스크도 지니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영역에서도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 차이가 크다. 네이버가 선전하고 있단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글로벌 톱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작이다. 차세대 AI 모델을 아직 공개하지 못한 카카오의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는 여전히 정부 규제가 주요 사업에 영향을 미치며 기존 사업들의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이라며 “AI 기반 서비스 개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글로벌 빅테크 대비 AI 기술력 확보와 인프라 투자가 늦은 만큼 큰 도전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사업 운영에 대한 태도 역시 주가가 하락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모두 규제·수사 기관의 제재 이슈가 있지만, 정도는 카카오가 더욱 크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식 시장에서 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낙폭에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고점 대비 주가가 절반 정도 하락했지만, 카카오는 3분의 1토막 났다. 양사의 문제 해결 방식 차이가 한몫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 외관 전경(왼쪽)과 카카오 판교 오피스 내부 모습. [사진 각 사]

주주 대하는 태도 ‘온도 차이’ 극명

양사의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은 올해 주총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사장)는 주가 하락에 대한 ‘성토’를 정면에서 감내하며 대안 설득에 나섰다. 반면 올해 주총에서 수장으로 공식 선임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주주들과 만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지난 3월 26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개최된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 표결 후 주주들과 별도의 질의응답(Q&A)을 약 40분간 진행했다. 주주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올해 3월 취임 3년 차를 맞이한 최 대표를 향해 주주들은 “지식인(iN)을 만들던 초창기 네이버는 혁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정신이 보이질 않는다. 혁신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 잠식당하고 있는데, 대책을 제대로 못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유감스러운 수익률을 보인다. 장기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 대표는 “주가에 대한 실망이 큰 점을 인지하고 책임을 통감한다. 혁신이 죽은 것 같다는 점이나 안일해 보인다는 지적을 새겨듣고 치열하게 고민한 게 헛되지 않으리라는 걸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성장 동력과 관련해선 “핵심 사업인 광고·커머스는 여전히 성장세가 높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나 기술 수출, 그리고 인수한 커머스 사업(포시마크)에 AI를 녹여서 앞으로 성과가 날 것”이라고 답했다.

유튜브 잠식 우려에는 “라이코스 등 검색 서비스 부상이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 시대를 맞이했을 때도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면서 “검색 기술력과 본질을 탐구하는 임직원 노력으로 위기를 잘 헤쳐 나간 것처럼 이번에도 (이런 측면에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립(숏폼)·치지직(스트리밍)은 유튜브와 경쟁 속에서 저희만의 뾰족한 경쟁력에 대해 고민한 전략적인 답”이라고 덧붙였다.
3월 28일 제29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카카오 본사 제주 스페이스닷원 앞에서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경영쇄신 참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정 대표는 최근 3개월간 대표이사 내정자로 사실상 카카오 경영을 전면에서 이끌어 왔지만, 이번 주총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 대표가 주주 성토를 직접 듣고 “바꿔나가겠다”며 소통에 나선 점과 사뭇 대조된다. 카카오는 지난 3월 28일 제주도 본사에서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 신임 대표 체제를 공식화했다. 올해 주총은 1년 7개월의 임기를 마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가 진행했다. 카카오의 신임 이사진 모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정 대표는 2023년 12월 대표이사로 내정될 당시 “카카오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시간 내 (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 선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회사 내·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주가 조작 의혹 ▲문어발 확장 지적 ▲카카오 택시 수수료 논란 등 다양한 지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규제·수사 당국의 제재가 이어지자 ‘조직 쇄신’을 내걸고 현재 위기를 탈피하겠단 취지다. 그러나 정작 주주와의 소통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쇄신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양사 모두 주총을 전후로 주요 경영진 선임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네이버의 경우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고문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이 구설에 올랐다. 국민연금공단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이유로 변 고문의 선임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네이버 지분 9.3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러나 주총에선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통과됐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국민연금의 의견을 전달받았지만, 엄정한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법상 적격성 및 독립성에 이슈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경우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임명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직후 스톡옵션 매도를 진행, 총 8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가져가며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정 CTO 내정자 외에도 정명진 전 그라운드X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복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현재 카카오 CA협의체 전략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고,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총을 통해 이 회사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로도 선임됐다. 정명진 사무국장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크러스트에서 CFO를 역임했다. 두 계열사 모두 이른바 ‘코인(가상화폐) 먹튀 논란’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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