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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게임사들…M&A로 새로운 기회 엿본다

[주총으로 톺아본 2024 산업나침반]⑥ 엔씨소프트·크래프톤·컴투스
대내외 환경 악화…실적 부진 속 M&A 카드 꺼내
크래프톤 “올해부터 M&A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

김택진 대표(좌), 박병무 대표(우) [사진 엔씨소프트]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근 국내 게임사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유저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으며, 중국을 비롯해 외산 게임의 국내 시장 공습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출시만 했다 하면 매출 규모에 있어 중박 이상을 기록하던 ‘리니지라이크’ 장르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넥슨 등 일부 게임사를 제외한 상당수의 국내 게임사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카드를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국내외 유력 개발사에 대한 M&A를 진행해 게임사업 경쟁력 강화 및 인기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나서겠단 포부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주총을 통해 본격적인 M&A에 나서겠단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부문은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지난해 12월 최대 동시접속자 수 또한 연중 저점 대비 70% 상승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지난해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트래픽과 매출 모두 빠르게 회복하며, 12월에는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성과가 배틀그라운드 IP의 견고한 성장성을 입증하는 한편, 인도 시장에서의 사업 및 게임 포트폴리오 등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 지난해 전 세계 게임사 350곳 M&A 검토

다만 크래프톤에도 향후 과제는 존재한다. 바로 신작 흥행이다. 크래프톤이 지난 2022년 12월 야심 차게 선보인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2320년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에 퍼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인해 벌어지는 생존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다. ‘데드 스페이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가 개발을 맡아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디펜스 더비’ 등 일부 게임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신작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래프톤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기업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총에서 “올해부터 M&A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지난해 전 세계 게임사 350곳을 대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신작이 절실하다는 관측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공모가 49만8000원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나, 이후 주가가 하락해 52주 최저가 14만590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근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도 최근 주총에서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씨는 지난 3월 주총을 열고 7개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또 오후 진행한 이사회에서는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를 선임하며 공동 대표 체제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엔씨는 창사 이래 최초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경영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결정이다. 엔씨의 공동대표 체제는 공동대표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며,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원팀(One Team)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의 핵심인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게임 개발과 사업에 주력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사업 협력 강화를 주도한다. 박병무 대표는 기업 경영 전문가로서 엔씨의 지속 성장을 위한 내부 역량 결집에 집중한다. 경영의 내실화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엔씨는 두 대표의 전문성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게임 IP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투자와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총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적절한 회사가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이미 회사 내부에 TF를 구성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시장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이 M&A 후보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금액이 들어가는 투자인 만큼 개발 역량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재무적 실적과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며 ”IP 확보를 위해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한 퍼블리싱권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 크래프톤]

1조9000억원 실탄 준비한 엔씨소프트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앞선 실적발표에서 “약 1조9000억원의 현금이 있다”며 “현금 외에도 부동산 등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들이 매우 많고, 이러한 자산은 인오가닉(Inorganic,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컴투스도 최근 주총을 통해 김대훤 에이버튼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월 컴투스는 유명 게임 개발자인 김대훤 대표가 설립한 에이버튼에 전략적 투자를 실시하고, 대형 MMORPG 타이틀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2006년 넥슨에 합류해 메이플스토리 해외개발실장, 계열회사의 개발 총괄과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신규개발 총괄 부사장 및 ‘민트로켓’ 브랜드 총괄 등을 역임했다.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등 유명 프로젝트 참여를 비롯해 ‘AxE’, ‘프라시아 전기’, ‘데이브 더 다이버’ 등 다양한 흥행 타이틀을 만들어낸 개발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시장에 다양한 성공 방정식을 제시했던 김대훤 대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돼 큰 기대가 된다”며 “양사의 역량을 합쳐 글로벌 게임 시장에 새로운 성공의 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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