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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 아닙니다”...족쇄 푸는 글로벌 기업[백카(CAR)사전]

르노·GM 브랜드 정체성 확립 노력
한국차란 오해 씻어내려 고군분투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프랑스 브랜드 르노의 엠블럼 ‘로장주’. [사진 르노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삼성에서 만든 세단이 정말 튼튼하고 좋잖아”, “부평 대우차 공장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는데, 싸게 살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최근 가족들과 이야기하던 중 이런 말이 나왔다. 대우차와 삼성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50~60대 어르신들에게 여전히 르노(Renault)와 제너럴 모터스(GM)는 삼성이고 대우다.

르노와 GM 입장에서 단순히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핵심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정확히 알리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50~60대는 자동차 구매 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0~60대의 지난해 신차 등록 대수는 55만2209대에 달했다. 이는 전체 118만6644대의 46%를 차지한다.

내수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르노와 GM에게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최근 르노와 GM이 브랜드 본연의 모습 알리기에 집중하는 이유다. ‘삼성’과 ‘대우’는 당연하고, ‘한국차’라는 인식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목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3일 첫 번째 플래그십 전시장 ‘르노 성수’에서 사명·차명·로고 등을 변경하는 내용의 신규 브랜드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태풍의 눈’ 로고를 르노 ‘로장주’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125년 역사의 프랑스 브랜드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태풍의 눈’은 1995년 출범한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약 30년간 쓰인 로고다. 르노그룹은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며 매물로 나온 삼성차를 인수했다.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로 다시 태어난 이 회사는 최근까지 태풍의 눈 로고를 유지해 왔다.

미국 브랜드 쉐보레의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 GM 한국사업장]

GM은 르노보다 훨씬 일찍부터 이같은 작업을 해왔다. GM 한국사업장은 2002년 GM대우로 출범했다. 대우 로고를 쓰던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쉐보레 브랜드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했다. 2011년에는 GM대우에서 한국지엠(GM)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모든 차종에 쉐보레 브랜드 로고를 달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GMC라는 프리미엄 레저용차량(RV) 브랜드까지 도입하며 GM이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라는 점을 어필했다. 이에 앞서 2019년 수입차 브랜드를 위한 집단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도 가입했다. 요즘 이 회사는 한국GM이 아닌 GM 한국사업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지난해에는 통합 브랜드 공간 ‘더 하우스 오브 지엠’도 오픈했다.

업계는 르노와 GM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한국 색깔을 완전히 빼고 싶어 한다’고 풀이한다. 한국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르노와 GM이 수입해 판매하는 신차의 가격에 민감하다. 이들의 비교 대상은 현대차·기아다. 2018년 이쿼녹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쿼녹스는 출시 전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가격 공개 후 국산 동급 대비 비싸다는 지적을 받으며 부진했다.

물론 한국적 요소가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내수 시장에서 두 브랜드의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르노와 GM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합산 기준 3.2%에 불과하다. 이는 KGM(4.4%)보다 적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GM, 르노 모두 100년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라면서 “과거 역사적 이유 등으로 여전히 한국차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이는 기업에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를 환기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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