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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치료제’ 임상 결과 발표 후 주가 ‘뚝’…샤페론의 위기 [임상이몽]

사업 성과 부진으로 유상증자 추진
모호한 임상 결과 공개로 주주 혼란

임상으로 울고 웃은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임상이몽의 주인공은 ‘샤페론’입니다. [편집자주]

[사진 샤페론]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약 개발 기업 샤페론이 국내 한 학회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누겔’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누겔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뛰어나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회사가 소식을 발표한 지난 15일, 샤페론의 주가는 전일 대비 8.15%(235원) 하락한 26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00원대 머물렀는데, 며칠 새 2000원대 후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임상 결과 발표가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지 못한 이유는 샤페론이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서입니다. 샤페론은 지난 12일 신약 개발 등을 위해 3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유상증자는 통상 지분 가치의 희석으로 이어집니다. 샤페론이 유상증자를 문제 없이 진행한다면 발행될 주식의 수는 1318만2000주로, 이미 발행된 2307만1031주의 57%에 달합니다. 유상증자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할인율은 25%입니다.

시장에서는 샤페론이 뚜렷한 임상 성과를 발표하지 못한 점을 우려합니다. 사업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주주의 지분 가치마저 낮춘다는 비판입니다. 실제 샤페론의 실적은 매해 악화되고 있습니다. 샤페론의 영업손실은 2021년 105억원, 2022년 110억원, 2023년 132억원으로 매해 늘었습니다. 회사 측은 상장 당시 2023년에 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고 자신했지만,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기술이전이나 제품 출시로 매출을 올리기 전까진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샤페론이 발표한 누겔의 연구 결과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샤페론은 국내 5개 병원에서 경·중등증 아토피 환자를 나눠 누겔과 가짜약(위약)을 각각 투여했는데요.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누겔이 경쟁 약물(PDE4 억제제)보다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과가 좋다”면서도 임상 2상의 여러 평가지표의 수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현재 이번 연구 결과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기 위해서 발표 전까지 임상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올해 상반기 논문 투고…이후 데이터 공개”

샤페론은 누겔 외 많은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샤페론의 부채비율은 2021년 10.76%에서 2022년 20.05%, 2023년 31.65%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연구개발(R&D) 비용은 2021년 51억원, 2022년 117억원, 2023년 121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업 성과가 없어서 R&D 비용과 기업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손을 뻗게 된 셈입니다.

샤페론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R&D 비용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샤페론은 최근 나노바디 이중항체인 ‘파필리시맙’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R&D 비용의 상당수를 이 파이프라인에 쏟을 계획입니다.

샤페론 관계자는 “파필리시맙을 생산하는 데만 1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파릴리시맙의 R&D 비용 안정화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누겔의 연구 결과에 대해선 “논문은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올해 상반기 내 저명한 학술지에 투고할 계획”이라며 “임상의 구체적인 내용도 이후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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