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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두고 또 다시 줄다리기…여야 입장 차 ‘팽팽’

[응답하라 금투세] ①
‘부자 감세’ vs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개인투자자 청원 폭발하며 ‘유예’ 가닥도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여부를 두고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부자 감세’를 외치며 이를 시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금투세 대상자가 상위 1%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슈퍼 개미들이 떠난다면 국내 증시의 위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도입이 추진됐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정의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의지가 컸다. 2020년 ‘금융세제 개편방안’에서 금투세 도입을 발표했고 그해 1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3년 여야 합의에 의해 2025년으로 2년 연기됐다. 다시 양측의 골이 깊어진 것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금투세 폐지를 공약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 2월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금투세 폐지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투세 도입 철회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금투세 폐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가 곧 ‘부자 감세’라며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금투세가 폐지된다면 상위 1% 수준의 투자자들이 과세를 피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 및 관련 펀드 등의 양도차익으로 인한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길 경우 과세된다. 소득이 3억원 이하일 경우 5000만원을 공제한 후 금투세 20%와 지방소득세 2%가 합해져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억원을 초과하면 공제 후 27.5%(금투세 25%+지방소득세 2.5%)의 합산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 파생상품의 경우 금융소득이 250만원을 넘기면 과세 대상이 된다.

금투세 적용 대상이 1%의 소수라는 주장은 금투세 도입 시점인 문 정부 당시 추정에 근거한다. 문 정부는 당시 과세대상자는 15만명으로 1440만명에 달하는 국내 주식 투자자 가운데 약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 적다지만 ‘큰손’ 떠난다면 시장 후폭풍 거셀 것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원에 해당하는 세수가 덜 걷힌다는 계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4조328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25일 “2025년 예정대로 금투세 시행을 차질없이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자 감세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소득 격차만 더 늘리는 조세정책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큰 손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회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투세 대상자의 수가 전체 투자자의 1%라고 해도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한국 증시 전체에서 상당히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서도 주식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증시가 하락한 사례가 있다. 타이완은 1989년 상장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한 달 만에 주가가 30% 넘게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고, 1990년 이를 철회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으로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더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금투세 도입에 따른 증권거래세 과실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로 인하됐고, 올해 0.18%, 내년엔 0.15%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투세 내막을 파고들면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다.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에 해당이 없고 거래세 인하 혜택만 받기 때문이다”며 “외국인과 기관은 기존에 내던 거래세를 적게 내는 거니까 감세가 되는 거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기존에 없던 금투세를 내는데 거래세가 조금 내리기는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세 감소 분을 개인이 떠안아야 되는 등 조세 형평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금융 선진국 일부에 한해서 지금 시행 중이다”며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고, 실질적으로는 모든 통계 지표가 후진국에 속하므로 지금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누가 봐도 금융 선진국으로 인정했을 때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 후 수십조 원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긴다면 한국 증시가 상승 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현실적으로 일반주주 보호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착되고 시장이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소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장기투자자 소득세율 인하는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에 대한 과세 유예 방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투세 폐지를 담은 국회 입법청원이 7일 만에 5만 명을 넘어서면서 소관 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회부 요건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도 금투세 폐지 여론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점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야당 등 국회가 여론을 반영해서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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