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장은 위기?...“오히려 기회”[이코노 인터뷰]
[이제는 구인 구직도 AI시대]④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
“최근 트렌드 보면 AI 없으면 오히려 힘든 상황”
AI 흐름 따라가기 위해 리멤버 운영사와 손 잡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간접 생산 노동자를 뜻하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이 원하는 특정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아내 영입하는 헤드헌팅(Headhunting)도 그중 하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추천하는 인재가 정확성 측면에서 사람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유니코써치(UNICOsearch) 본사에서 김혜양 대표이사를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 2000년 유니코써치에 차장으로 입사해 16년 만에 대표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유니코써치는 지난 1984년부터 인재 추천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 헤드헌팅 회사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1년 후인 지난 2017년 회사를 직접 인수하며 헤드헌팅 업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AI, 헤드헌터 자리 빼앗을까
뇌 용량의 한계가 있는 사람과 달리 AI는 무한하다. 무수하게 쌓인 데이터는 헤드헌터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AI가 헤드헌터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껏 4000명 이상의 사람을 기업에 연결해 준 베테랑답게 AI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어 보였다. 김 대표는 “헤드헌터는 보통 고위급 임원 영입이나 새로운 신사업, 조직 변경 등 기밀 사항을 다룬다”면서 “또 상호 간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데, AI는 이런 사안들을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헤드헌팅을 단순 매칭의 개념으로만 이해했는데, 지금은 컨설팅(특정 분야 전문가가 고객을 돕는 행위) 개념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단순 후보 추천뿐 아니라 인재 트렌드의 변화, 타깃 기업군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의 섬세함을 AI가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의 경우 이력서와 업무 적합도 등만 볼 것”이라며 “이력서와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이를 구분하는 것은 헤드헌터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헤드헌터는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많아야 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몇 년 후 추천할 기회가 오기 때문에 계속 연결돼야 한다. 이런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화는 위기 아닌 또 다른 기회
AI의 발전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도입을 통한 시스템 개선과 효율성 강화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트렌드를 보면 AI가 없으면 오히려 힘든 상황”이라며 “AI 시스템이 후보자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보고서 등을 작성할 때도 수정 보안을 요청할 수 있어 편하다”라고 말했다.
유니코써치가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 유니코써치에 투자를 단행했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는 유니코써치가 1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스타트업의 투자를 받는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드라마앤컴퍼니 측의 투자 제의가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회사의 단점인 디지털 역량 강화와 데이터베이스(DB) 확보 등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리멤버가 워낙 강력한 DB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적극 활용할 기회라고 판단해 고민 끝에 결정했다”면서 “지금 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너지가 많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코써치의 자체 자원 관리 시스템인 ‘유니비전’에는 30년간 축적한 30만명의 DB가 있는데, 리멤버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400만~500만명의 DB를 확보했다. AI 매칭 등 다양한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어 효율성과 신속성이 많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간 변화와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달려온 김 대표다. AI가 지속해서 발전해도, 그보다 더 한 것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항상 회사에 대해 ‘국내 최초’라고 말하지만, 국내 최고라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 “이제 리멤버라는 새로운 힘도 갖게 됐으니, 올해는 ‘진정한 의미의 최고’ 돼보자는 슬로건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목표는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기업이나 구직을 희망하는 후보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꿈은 유니코써치가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에 더욱 진출하고 싶다. 또 단순 채용뿐 아니라 컨설팅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인재는 유니코써치를 통하게 하고 싶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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