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운 ‘관세 전쟁’ 전운…EU ‘중국 전기차 관세 폭탄’에 中 ‘반덤핑 조사’ 맞대응
EU 집행위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 관세 부과
중국 당국 “시장 경제 원칙 위반…모든 조치 취할 것”
EU·中 갈등에 국내 업체 ‘반사이익’ 전망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글로벌 ‘관세 전쟁’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초저가 중국 전기자동차의 공습을 막기 위해 각국이 ‘관세 장벽’을 치면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중국도 관세 보복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17.4%~38.1%포인트(p) 관세를 추가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현행 관세는 10%다. EU 집행위원회는 추가 예정 관세와 현행 관세를 더해 27.4~48.1% 관세를 향후 5년간 부과할 방침이다.
이 같은 결론은 지난해 10월 EU가 ‘반(反)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나왔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과도하게 받은 중국 전기차가 초저가로 유입되면서 역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단 주간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 같은 계획을 중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협조한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 자동차(SAIC)에는 각각 17.4%·20%·38.1%의 개별 관세율이 적용됐다.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의 관세율을 부과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공급망(전반)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는 EU의 BEV 생산업체에 경제적 피해 위협을 초래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보복 시사한 中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EU의 추가 관세 부과는 시장경제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중국이 자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모든 조치’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그간 관영 매체 보도 등을 통해 잠재적으로 취할 수 있는 ‘보복성 무역 조처’를 시사해 왔다.
중국은 EU가 반보조금 조사를 개시함에 따라 올해 초 프랑스산 코냑 등 유럽산 브랜디(과일주를 증류해 숙성시킨 술)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EU가 수출하는 브랜디 중 99.8%가 프랑스산 코냑이다. EU 여론에 큰 영향력을 가진 프랑스를 미리 겨냥해 둔 셈이다.
중국의 유럽산 돼지고기·유제품 수입 업계도 유럽산 제품 반보조금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통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중국에 버터·치즈 등 유제품 총 80만5000여톤(t), 총 17억 6천만 유로(약 2조60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유제품 수출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산 자동차도 보복 대상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EU의 추가 관세 대응책으로 2500cc 이상 대형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의 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중국이 대형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유럽산 대형 자동차는 25만대다. 이는 전체 수입 물량의 30%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韓 반사이익 가능성은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중국산 전기차가 EU에서 약 15%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이 실시 될 경우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산 전기차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EU에 수출되고 있다. 이번 추가 관세로 중국 전기차의 타격이 불가피할 경우 한국 전기차의 점유율에도 긍정적인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의 신차 출시 예정도 호재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엔트리급 차량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양산해 유럽 시장에도 차례대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아도 EV3의 올해 4분기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가성비로 점유율을 높여온 중국 전기차인 만큼, 이번 관세 인상은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출시는 유럽 시장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인상이 확정되기 위해선 연말까지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일부 EU 회원국이 중국의 보복조치와 자국 업체에 대한 불이익 등을 고려해 관세 인상을 반대 해온 만큼 합의 도출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17.4%~38.1%포인트(p) 관세를 추가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현행 관세는 10%다. EU 집행위원회는 추가 예정 관세와 현행 관세를 더해 27.4~48.1% 관세를 향후 5년간 부과할 방침이다.
이 같은 결론은 지난해 10월 EU가 ‘반(反)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나왔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과도하게 받은 중국 전기차가 초저가로 유입되면서 역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단 주간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 같은 계획을 중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협조한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 자동차(SAIC)에는 각각 17.4%·20%·38.1%의 개별 관세율이 적용됐다.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의 관세율을 부과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공급망(전반)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는 EU의 BEV 생산업체에 경제적 피해 위협을 초래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보복 시사한 中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EU의 추가 관세 부과는 시장경제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중국이 자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모든 조치’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그간 관영 매체 보도 등을 통해 잠재적으로 취할 수 있는 ‘보복성 무역 조처’를 시사해 왔다.
중국은 EU가 반보조금 조사를 개시함에 따라 올해 초 프랑스산 코냑 등 유럽산 브랜디(과일주를 증류해 숙성시킨 술)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EU가 수출하는 브랜디 중 99.8%가 프랑스산 코냑이다. EU 여론에 큰 영향력을 가진 프랑스를 미리 겨냥해 둔 셈이다.
중국의 유럽산 돼지고기·유제품 수입 업계도 유럽산 제품 반보조금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통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중국에 버터·치즈 등 유제품 총 80만5000여톤(t), 총 17억 6천만 유로(약 2조60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유제품 수출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산 자동차도 보복 대상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EU의 추가 관세 대응책으로 2500cc 이상 대형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의 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중국이 대형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유럽산 대형 자동차는 25만대다. 이는 전체 수입 물량의 30%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韓 반사이익 가능성은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중국산 전기차가 EU에서 약 15%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이 실시 될 경우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산 전기차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EU에 수출되고 있다. 이번 추가 관세로 중국 전기차의 타격이 불가피할 경우 한국 전기차의 점유율에도 긍정적인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의 신차 출시 예정도 호재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엔트리급 차량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양산해 유럽 시장에도 차례대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아도 EV3의 올해 4분기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가성비로 점유율을 높여온 중국 전기차인 만큼, 이번 관세 인상은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출시는 유럽 시장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인상이 확정되기 위해선 연말까지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일부 EU 회원국이 중국의 보복조치와 자국 업체에 대한 불이익 등을 고려해 관세 인상을 반대 해온 만큼 합의 도출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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